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으로 제동이 걸린 2차전지 업계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품질을 더한 차세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 국내 주요 기업들도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와 더불어 LFP 양산 체제를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LFP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LFP 배터리 전문기업 '럼플리어'는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에너지 밀도 높인 LFP의 반격
김수진 럼플리어 대표는 20년간 배터리 업계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연구기관에서 시작해 대기업, 해외기업을 거치며 역량을 축적했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 2차전지 업계에 있었다. 한국은 삼원계에 집중 육성했고 중국은 LFP 산업에 매진해왔다. 내연기관은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후발주자인 중국은 전기차 전환과 더불어 LFP 배터리를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배터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주력인 삼원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LFP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형 화재사건과 전기차 비용절감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NCM(니켈·코발트·망간)으로 대표되는 삼원계가 LFP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고 진압도 너무 어렵다. 비용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코발트 등 희소성 높은 광물 가격의 변동 폭이 크다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LFP는 안전성이 높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보완이 되면서 점점 전기차 탑재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기술이지만, 우리도 높은 수준의 인력이 있고 잠재력도 충분하다. 추격에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장이 아닌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겠지만 앞으로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ESS 보급도 활발하고 선박, 항공,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배터리가 필요하다. 한국도 성능을 높인 LFP 배터리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새로운 시장 공략···한국 자립도 높인다
럼플리어는 배터리 완성품 '셀'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소품종·대량생산 구조인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을 공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드론은 규격이 다르고 형태도 다양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방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응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다.
공급망 자립화에도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그는 "2차전지의 4대 소재는 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이다. 중국이 공급망을 쥐고 있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다. 향후 소재 공장도 마련해 수직계열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대구로 본사를 옮기고 지역 내 생산 라인 구축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도 석·박사급 인력이 모인 집단이고 2차전지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수도권 밑으로 내려오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산업 전환이 절실한 시점에 인재들의 정착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수진 대표는 "국내 최초 LFP 배터리 생산 기업으로 한국 산업에 기여하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한편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 사회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