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aT 사장, 기자간담회서 '라면 면박' 해명…李 대통령과 공개적 긴장 형성?

입력 2025-12-16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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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부 임명 공공기관장, 업무보고 발언 논란 직접 설명
"실적 자랑 아냐…짝퉁 대응 필요성 말하려다 취지 왜곡"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중점 추진사항과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하는 홍문표 aT 사장. 2025.12.16. 홍준표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중점 추진사항과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하는 홍문표 aT 사장. 2025.12.16. 홍준표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라면 발언' 논란을 직접 해명했다. 전임 정부 인사와 현 정부 대통령 사이의 미묘한 긴장 기류가 공개 석상에서 드러났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aT는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수출·수급·유통 3박자 혁신'을 골자로 한 2025년 중점 추진 성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홍 사장은 인사말에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시간이 없어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발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밝혔다.

당시 이 대통령은 홍 사장에게 aT의 수출 성과를 물었고, "제일 많은 것이 라면"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그건 기업이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 사장은 이에 대해 "라면 수출을 aT의 성과로 내세우려던 의도는 없었다"며 "한국 라면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중국과 일본산 짝퉁 제품이 확산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문으로 설명이 중단되면서 aT 역할이 과소평가된 것처럼 비쳐진 점이 아쉽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어 짝퉁 K-푸드 대응 방안으로 '국가 인증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사장은 "짝퉁 라면과 김치, 김 같은 품목을 개별 기업이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국가 인증제나 공공 차원의 공식 표식을 통해 진짜 한국 식품을 명확히 구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보호나 국제 분쟁 대응 역시 민간이 아닌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할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공공기관장이 대통령과의 소통 과정에서 불편했던 상황을 언론 앞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사장이 국민의힘 4선 의원 출신으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단순한 해명을 넘어 현 정부와 전 정부 인사 간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대통령의 부처별 업무보고에서는 강도 높은 질의와 직설적인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도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 대통령 질문에 즉각 답하지 못하자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세요?"라는 질타가 나왔다. 이 사장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국민의힘 출신 인사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출신 공공기관장에게 보다 공개적이고 직설적인 질타가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우 중동 수출 확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준고랭지 배추 생산,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하면서도 "공공기관이 해야 할 역할과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구분돼 있다"고 강조했다. K-푸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국면에서 짝퉁 차단과 국가 인증, 공공 홍보 체계 구축 없이는 지속 가능한 수출 확대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aT는 이번 간담회에서 K-푸드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후변화 대응 전담 조직 신설과 배추 수급 안정 사업을 통해 농산물 공급 불안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와 직거래 확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유통구조 혁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