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호텔 회의실 가득 메운 노트북·프롬프트… 행정문서부터 실습
"AI는 도구, 중심은 교실과 아이들"… 사람 중심 디지털 전환 강조
"체험학습 가정통신문을 좀 써줄래?"
16일 경주 더케이호텔경주 연회장. 노트북 화면 속 생성형 AI 'Gemini'에게 말을 건네자 순식간에 가정통신문 문안이 다시 출력된다. 교장 명패가 줄지어 놓인 책상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화면에는 회의자료·보고서·안내장이 쉴 새 없이 생성됐다. 평소 교무실에서나 볼 법한 가정통신문 초안을 이날은 교장들이 직접 AI에게 맡겨 보는 자리였다.
경북교육청은 이날 경북지역 초·중·고 교장 50명을 대상으로 'AI와 동행하는 경북형 교육혁신 학교관리자 직무연수'를 시행했다. 인공지능이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온 만큼 학교장부터 AI 활용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교육정책과 학교 운영에서도 한발 앞선 대응과 유연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번 연수의 핵심은 생성형 AI를 학교 교육과정과 학교경영 전반에 책임 있게 접목해 정책·행정·수업 혁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을 수 있는 관리자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를 향한 디지털 교육을 논하기에 앞서 학교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교장부터 AI를 직접 쓰고 기준을 세워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전 첫 순서는 '디지털 교육 중심의 트렌드 코리아 2026' 특강이었다.
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박사는 국내외 디지털 전환 흐름을 짚으며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해야 할 일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교장들은 수업·평가·학사 행정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노트에 빼곡히 메모하며 귀를 기울였다.
오후에는 실습이 본격화됐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교장들은 한 줄씩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교장들은 각자 노트북을 활용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요약문을 작성해 달라' ,학부모 대상 등굣길 안전 안내문을 10줄 이내로 써줘' 등 다양한 명령어를 입력하며 회의자료, 보고서, 공문, 가정통신문 등 학교에서 매일 만들어야 하는 문서들이 AI를 거쳐 몇 초 만에 초안으로 바뀌었다.
연수에 참여한 한 교장은 "조금만 고치면 바로 써도 될 정도"라며 놀라워했고, 또 다른 교장은 "이렇게 되면 교사가 공문에 붙들려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업무경감에 효율적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수의 방향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기준 세우기'에 맞춰졌다. 경북교육청은 프롬프트 작성 요령과 활용법뿐 아니라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어떻게 검토·수정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AI에 맡기고 무엇은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지를 거듭 짚었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기록물 관리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연수를 계기로 학교 현장의 행정 효율화를 한층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AI가 회의자료 초안을 만들고 가정통신문·안내문 정리에 도움을 주면 교장은 교육과정과 학교 문화 조성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고 교사 역시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는 판단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학교의 중심은 언제나 아이와 교사"라며 "AI를 무작정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학교관리자부터 갖추도록 지원하겠다. 행정은 AI가 거들고,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