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기준 대폭 완화로 K-뷰티·K-푸드 수출길 넓어져
AI·공급망·비자까지 포괄…브렉시트 이후 협력 틀 재정비
한국과 영국이 2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자동차 무관세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지고, 영국의 고속철도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되는 등 국내 기업의 대영국 수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전날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장관과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초부터 6회 공식 협상과 다섯 차례 통상장관 회담을 거쳐 이견을 좁혀왔다.
한·영 FTA는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이번 협상의 핵심은 원산지 기준 완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영 수출의 36%(23억9천만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 내 부가가치 비율이 55% 이상이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개선 협상으로 이 기준이 25%로 낮아졌다. 관세율 10%가 적용되던 자동차 전반에 무관세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특히 배터리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라 부가가치 산정이 불리했던 전기차는 기준 완화 효과가 클 것으로 산업부는 보고 있다. K-뷰티와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함께 완화됐다.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정제·혼합 등 핵심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두·떡볶이·김밥·김치 등 가공식품도 원재료의 역내산 요건이 삭제돼 제3국산 원료를 사용해도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졌다.
정부조달 분야에서는 영국이 고속철도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국만 일방적으로 개방해온 구조가 이번 협상으로 시정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시장이 추가 개방됐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기반 신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 기반이 마련됐다.
비자 제도 역시 손질됐다. 영국 내 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한국 엔지니어와 설비 유지·보수 인력의 입국 절차가 간소화된다. 영어 능력 요건이 없는 비자 유형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본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에 파견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력의 입국·체류 요건도 완화된다.
디지털 규범과 투자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서버 등 컴퓨팅 설비의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 코드 제출 요구 금지,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이 새로 도입됐다.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공급망 협력은 별도 챕터로 체계화됐다. 희토류, 요소수,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공급 차질에 대비해 연구개발과 국제표준화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 발생 시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AI,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첨단 제조 등 분야 협력을 논의하는 '한·영 혁신위원회'도 신설된다.
여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협상 타결은 자유무역 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의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라며 "법률 검토와 국회 비준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