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낙마는 지방선거 나비효과 시발점? 부산·서울·경남은 물론 TK도

입력 2025-12-13 13:01:41 수정 2025-12-13 13:31:0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2월 11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2월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내년 6.3 지방선거 유력 여당 부산시장 후보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도의적 뉘앙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국회의원직은 유지) 부산시장 선거 구도가 다시 요동치게 된 가운데,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지선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후보 공천까지는 그보다 짧은 기간이 남았다. 아울러 후보 윤곽은 내년 2월 설 밥상을 타깃으로 짙어질 전망이라 두어달 뒤정도면 '출전 선수'가 대략 가려질 전망.

그런데 이 '통일교 사건'은 수사가 수개월 내로 마무리되기 어렵고, 더구나 제1야당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타깃이 되는듯 했던 통일교 사건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연루 가능성도 강하게 겨냥하는 모습이다. 즉, 누가 이 사건의 연루자로 새롭게 등장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각 정당은 내년 지선 공천 시 '깜깜이' 통일교 사건을 리스크로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1차 방정식 수준으로 연루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정치권 여러 사건들과 비교, 정치권에 양다리를 넘어 문어발을 걸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통일교 사건은 고차원 방정식의 영역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 셈이다.

▶전재수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 보도에서 '낙마'로 평가하는 정치인·시사평론가 등의 견해를 전하고 있다. 장관 낙마를 넘어선 부산시장 후보 낙마.

야권에서 전재수 전 장관의 부산시장 선거 출마 불가 취지의 견제를 하는 가운데,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소수의견을 냈다. 그는 11일 오후 11시 9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전재수 의원의 결백을 믿는다"며 자신이 연루됐던 2000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언급, 당시 DJ(김대중)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검찰 수사에 국정조사까지 받았으나 무혐의 결과를 얻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복귀한 사례와 닮은 행보를 전재수 의원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예상이 실현되더라도,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대로 고차원 방정식인 통일교 사건에서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인물에 대한 공천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YTN 12월 12일 '[시사정각] 국민의힘 "통일교 게이트 특검"...지방선거 최대 뇌관될까?' 기사에서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로 명태균 게이트의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고 기소까지 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마를 안 시킬건가? 잣대가 같아야 되지 않나?"라고 묻자 이용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그 부분에 관해서 저도 동의한다. 전재수 전 장관을 민주당에서 원하면 출마시키시라"고 답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거론된 게 수사 대상이냐 기소가 됐느냐 등을 1차원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어떻게 보는지, '의혹(또는 혐의)'의 특성과 디테일이었다.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내지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 프레임인 '명태균 게이트'와 '통일교 게이트' 둘 중 무엇이 더 표심에 치명적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현직 박형준 시장을 포함한 국민의힘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일 만하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유력 주자(전재수 전 장관)에 가려졌던 후보군들이 접었던 기지개를 다시 펼 만한 구도다.

전재수 전 장관의 이름이 지워지는 모양새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 박재호 전 의원,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 등이 언급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박형준 시장을 비롯해 애초 꾸준히 거론됐던 김도읍 의원과 조경태 의원, 그리고 '이재명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박수영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의 도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력하지는 않더라도 경선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출전하는 선수들이 어느 선거에나 있고, 여기서 언급된 이름들 중 다시 볼 확률이 꽤 되는 셈이다.

부산 출신 정치인들도 주목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당에서 발표한 내란특별전담재판부 위헌 소지와 대안 제시에 비판이 있는 것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초대 민정수석 역임 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하마평에 오른 바 있고, 이번엔 전재수 전 장관 연루 의혹 이슈가 터지기 전 재차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지난 11월 21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 후보자 기자회견에서 부산시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려 전국의 선거 상황을 점검한 뒤 가장 마지막에 결정하겠다"고 'No(아니다)'는 아닌 유보성 발언을 했다.

조국 대표에 대해서는 범여권 단일화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인데,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여러 악재를 거듭해 맞은 터라 단일화 논의 시 좀 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재수 전 장관 사퇴 직후였던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쯤 페이스북으로 "(전재수 전 장관이 사퇴 당시)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며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을 지목, "2018년 지방선거 전 드루킹 댓글 공작 사건이 터졌을 때,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은 자신과 무관하다면서 호기롭게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잠시 도민들을 속여 당선됐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져 철창신세를 피하지 못했다"며 "전재수 전 장관, 김경수의 길을 바라보고 있나?"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만약 안철수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견제 발언을 처음 던진 맥락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장동혁 당 대표가 주재하는 중진의원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장동혁 당 대표가 주재하는 중진의원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일타쌍피로 저격한 셈인 두 사람(전재수 전 장관, 김경수 위원장) 중 김경수 위원장에 대해서는 다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공유되고 있다.

그런데 전용기 의원과 이용호 전 의원의 설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같은 잣대'라는 국민 눈높이는 과거 사건에 적용됐던 잣대 역시 현재로 끌어오는 여론 형성 방식을 만든 상황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9일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대학구성원과 기업인, 청년, 주민을 대상으로 5극3특 균형성장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9일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대학구성원과 기업인, 청년, 주민을 대상으로 5극3특 균형성장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의 '당원 게시판 논란(당게 논란)' 조사 착수 소식이 최근 전해졌고, 징계 등 후속 처리 과정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면 국민의힘 지선 공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인데, 이 여파가 국민의힘 내부 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의 공천 잣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때 이미 사면복권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기억엔 강렬하게 남은 드루킹 사건이 김경수 위원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도 마냥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인 것.

아울러 이 사안은 한동훈 전 대표가 지방선거 또는 동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자격을 유지하느냐 잃느냐와 관련해서도 시선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옆동네 TK(대구경북)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통일교 사건 등 정치권의 각종 악재는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뿐 아니라 정당 지지도와 대통령 국정평가에도 영향을 주는 소재라서다.

TK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각종 선거의 디폴트(기본값) 관전틀이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처음 진행되는 선거인 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전을 넘어 승리할지 여부에 시선이 향했다. 그러다 최근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 사건과 통일교 사건을 비롯한 각종 굵직한 이슈가 연달아 터지며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

이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군의 경우 현재 출마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홍의락 전 의원은 숨고르기를 좀 해야 할 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군 역시 대선 과정 활약과 이재명 정부 내각 입성을 통해 떠오른 인물인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권영세 전 안동시장과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이 예상 밖 악재 관리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