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운다…디지털 융합·금융 역량 강화

입력 2025-12-12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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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디지털·스마트 기술 융합한 해외수주 모델 육성 추진
KIND 자본 확충·해외 인프라 펀드 확대…EP+F 구조 전환 본격화

2009년 한전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2009년 한전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해외건설 산업을 고부가가치 구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수주 모델을 키우고 글로벌 금융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업계가 가진 기술 경쟁력을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새 정부 '해외건설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방안이 국내 기업의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중심 축으로 삼아 해외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부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성장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을 확대한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에 AI 모델을 연동해 기업별 맞춤형 수주 전략을 제시하는 플랫폼 구축도 검토 중이다. 초고층 빌딩, 초장대 교량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독보적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원전과 교통 인프라처럼 여러 산업이 함께 진출하는 복합 사업에는 범부처 지원체계를 가동한다. 도시·철도·공항 등 한국형 기술로 구축된 대형 프로젝트는 패키지 형태로 수출해 대기업·공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동반 진출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인프라 금융도 대폭 손질된다. 정부는 인프라 펀드를 크게 확대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민간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를 늘린다. 시공 중심(EPC)의 기존 구조를 금융 결합형(EP+F)으로 전환해 기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도록 지원한다. 다자개발은행(MDB)과 글로벌 디벨로퍼가 추진하는 사업에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펀드 조성 방안도 추진된다.

KIND가 해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글로벌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본 확충도 서두른다. 법정 자본금 2조원 중 실제 확보된 자본은 약 6천억원에 불과해 정부는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KIND는 설립 이후 33건, 1조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진행했다.

해외건설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 공급 체계도 보강된다. 해외건설·플랜트 특성화고와 해외 투자개발 특성화대 운영을 확대해 청년 인재 유입을 늘린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 84명 중 79명이 취업했고 이 가운데 71%가 건설업계로 진출했다. 특성화대 이수자는 전원이 건설 분야에 취업했다.

정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통계체계도 손질한다. 투자개발사업, 디지털 기술 동반진출 등을 통계 항목에 반영하고 수주 통보 관련 과태료 규정을 개선해 기업 부담을 줄인다. 1975년 제정된 '해외건설촉진법'도 현행 산업 구조에 맞게 개정한다. 발주처 대신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건설사업관리(PM·CM) 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이 투자개발사업에 참여할 때 KIND 투자 한도도 완화한다.

한국의 해외건설은 1965년 첫 진출 이후 59년 만에 누적 수주액 1조달러를 넘겼다. 2020~2024년 수주는 도급이 93%, 투자개발이 7% 비중을 차지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 52%, 건축 21%, 토목 15% 순이다. 세계 도급시장 점유율은 중국, 프랑스, 스페인, 미국에 이어 한국이 6.3%로 5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건설시장은 2026~2030년 연평균 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금융 역량을 강화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건설수지가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견인해 약 15%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만큼 해외건설을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적극 육성해 양질의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