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주역…출연작 700여 편
'길소뜸'·'토지'로 여우주연상…'지미필름' 제작자로도 활동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10일 한국영화인총연합회에 따르면 김지미는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해 1990년대까지 작품을 남긴 한국 영화계의 대표 스타 배우다. '토지'(1974·김수용), '길소뜸'(1985·임권택) 등을 통해 거장들과도 호흡하며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출연 작품은 700여 편에 달한다.
고인은 덕성여고 재학 시절 미국 유학을 계획하던 중 우연히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17세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데뷔하는 과정에서 얻은 예명 '김지미'가 배우로서의 이름이 됐다. 성공적인 데뷔로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멜로드라마 '별아 내 가슴에'(1958·홍성기)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박종호), '장희빈'(1961·정창화) 등에 출연하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수놓았다.
고인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는 당시 관객들을 매료시킨 지점이었다. 살인 사건들의 중심에 선 묘령의 여인을 연기한 '불나비'(1965·조해원)는 그의 '팜므파탈'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흥행 멜로드라마를 함께 만들어 간 홍성기 감독, 당대 인기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심장 전문의 이종구 박사와 결혼 및 이혼은 스타로서 화려했던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인은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5년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한 뒤 '티켓'(1986·임권택)을 비롯해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영화계 여장부'로 꼽히는 고인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강인한 모습으로 한국 영화계를 지켜왔다. 김지미는 2019년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배우로서, 인생으로서 종착역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이 돼 간다"며 "저에게 사랑을 주신 여러분 가슴 속에 영원히 저를 간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