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PMZ 안팎 부표 13기, 구조물 3기 설치
추후 군사용 전용·영유권 주장 근거 활용
항행의 자유 확보 위해 강력한 조치 주문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구역(PMZ) 안팎 해역에 불법 구조물과 부표를 설치한 것은 서해 내해화(內海化)를 위한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이라는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서해가 남중국해의 판박이가 될 수도 있다며 강력한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전통적 무력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상대를 약화하는 강압적 행위를 의미한다.
◆서해 내해화 위한 회색지대 전술
미국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9일(현지시간) 중국의 서해 구조물과 부표 불법 설치와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이 2001년 어업 협정에 따라 서해에 공동 관리 해역인 PMZ를 설정했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이 PMZ 내부 및 주변에 13기 부표와 불법 구조물 3기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표와 구조물은 추후 군사용 전용과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도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CSIS는 이중 용도 목적을 위한 '민간' 시설과 한국 선박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남중국해·동중국해 군사화 과정에서 베이징(중국)이 사용한 전술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미국은 서해에서 중국의 '점진적 주권 확장(creeping sovereignty tactics)'을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겨냥한 또 다른 회색지대(grey zone) 전술 사례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보고서는 한국이 분석을 위해 중국 구조물의 좌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4~5월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이동식 철골 구조물 선란(深藍) 1·2호 등 2기를 설치했다. 또 2022년 선란 옆에 석유 시추선(試錐船)을 끌고와 고정식 구조물도 1기 설치했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2~3년에 걸쳐 대형 철골 구조물 총 12기가량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중국은 2010년 이후 PMZ 안팎 공해상에 부표 13개를 설치했다. 부표는 높이 5∼13m, 직경 5∼10m 크기의 등대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행의 자유 확보 강력 조치 필요
중국은 구조물 설치 감시를 위한 우리 해양조사선의 접근을 가로막고 대치한 적도 있다. 지난 10월 CSIS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중국은 항행(航行)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하기를 수십 년간 거부해 자국의 경제 이익을 저해하고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중국에 대한 강력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빅터 차는 "NSS가 남중국해에 요구하는 내용은 서해(황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에도 적용된다"며 "해당 항로를 개방 상태로 유지하고, '통행료' 없이 특정 국가의 자의적 폐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억지력과 함께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 석좌는 또한 "2020년 이후 중국의 행위를 조사하려는 한국 선박의 노력 135건 중 27건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차단됐다"고 밝혔다.
PMZ는 한중이 서해상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하던 중 어업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설정한 수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