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 기업 ㈜B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68) 씨는 가업승계를 할 생각이지만 '매각'에 대한 고려도 함께 고민이다. 지금 가업증여 특례로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기업 매각을 대비해서 그냥 기다리는 게 맞는지 판단이 서질 않아서다.
만약 가업증여 특례로 자녀에게 주식을 준 후 나중에 기업을 매각하게 되면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담을 의뢰해왔다.
◆가업증여 특례, 법적 요구 봐야
㈜B사의 연간 매출액은 약 300억원, 영업이익률은 10% 내외 수준으로 상당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총자산 215억원, 총부채 70억원으로 순자산은 145억원이다. 금융기관 부채는 45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을 약 40억원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2024년 기준 매출액은 320억 원, 영업이익 3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0.3%에 달한다.
알짜배기 중소기업에 해당하지만 김씨가 기업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자녀가 과연 경영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이 5년 전에 입사를 해서 일을 배우고 있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판단하기에 기업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라며 "차라리 기업을 매각하고, 돈으로 물려주는 것이 안전하리란 생각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와 상당한 기간 논의를 한 결과 우선 가업증여 특례를 실행하기로 했다. 지금 가업증여 특례를 한 후 만약 차후에 기업을 매각하더라도 가업증여 특례를 한 것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허수복 전문위원은 "우선 가업증여 특례로 자녀가 주식을 받게 되면 배당금을 통해 향후 자녀의 자금출처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라며 "김씨에게 물어보니 가업증여 특례 후 매년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먼저 김씨가 가업증여 특례의 법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조세특례법 제30조의 6(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거주자가 60세 이상의 부모로부터 가업의 승계를 목적으로 해당 가업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증여받고, 가업을 승계한 경우에는 가업상당자산액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하고, 세율을 100분의 10(과세표준이 1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100분의 20)으로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가업이란 부모가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을 말한다.
가업증여 특례의 한도는 부모가 10년 이상 20년 미만 계속해 경영한 경우 300억원, 20년 이상 30년 미만 계속해 경영한 경우 400억원, 3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경우 600억원이다.
박시호 전문위원은 "가업증여 특례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대표이사 요건이다"라며 "부모가 가업의 영위기간 중 절반 이상의 기간 또는 증여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중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B사를 설립한 후 계속해 대표이사로 재직한 것은 물론 가업증여 특례의 다른 법적인 요건도 모두 충족하고 있어 가업증여 특례를 실행하는데 별 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주식은 특례 대상 제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B사의 1주당 주식가격은 42만원이다. ㈜B사는 보통주식과 더불어 의결권 없는 우선주식도 발행했다. 보통주식 4만주, 우선주식 1만주를 발행하여 발행주식총수는 5만주이다.
의결권 없는 우선주식도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를 할 때 발행주식총수에 포함해 평가를 한다.
권대희 전문위원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식은 가업상속공제,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김씨의 우선주식 1만주는 일반 증여세 대상 주식이다"라며 "아들에게 가업증여 특례를 통하여 증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위원들은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나중에 딸에게 증여해 줄 것을 권했다. 아들에게만 회사 주식을 물려줄 경우 자칫 상속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김씨는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식 3만주 중 1만주를 아들에게 가업증여 특례를 적용해 증여하기로 했다. 1주당 주식가격은 42만원, 증여주식의 가액은 42억원이다. 사업무관자산에 대한 검토 결과 ㈜B는 사업무관자산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아들에게 증여할 주식가액 전액이 가업자산에 해당한다. 가업증여 특례에 따른 증여세는 42억원 중 10억원을 공제한 32억원에 대해 세율 10%인 3억2천만원의 증여세를 내면 된다. 증여세는 연부연납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방효준 전문위원은 "아들이 가업증여 특례로 주식을 증여받게 되면 아들 또는 그 배우자가 법에 따라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하고 증여일로부터 3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라며 "아들이 이미 가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3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하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업증여 특례를 통해 주식을 증여받게 되면 주식을 증여받은 날로부터 5년 동안 가업증여 특례에 대한 사후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수복 퍼시픽경영자문 대표(매일신문 가업승계지원센터장)
▷박시호 박시호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권대희 법무법인 동승 변호사
▷방효준 명인노무사 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