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TV조선 고문·전 영남대 교수
지금 한국 정치는 천 길 절벽 위를 달리는 차가 낭떠러지를 향하는 듯하다. 연성독재를 향한 이재명 정부의 사법부 압박이 본격화되었는데, 그걸 막을 힘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쭉 가면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도 이길 것이다. 그러면 한국 정치는 확실히 연성독재의 나락에 떨어지게 된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 주길 바란다. 장동혁 대표도 연일 이재명 정부를 맹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국민은 국민의힘에 선뜻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지난 6월 이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이 한결같다. 민주당은 40%대를 유지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20%대의 박스권에 갇혔다. 그 사이 '10·15 부동산 규제'로 여당은 민심을 잃었다. 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7400억원이 범죄 집단의 손에 떨어지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민심이 왜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을까? 국민의힘은 답답하다. 한국갤럽의 지난 12월 9~11일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40%, 국민의힘은 26%이다. 자신을 보수층으로 보는 응답자도 53%만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중도층은 민주당 지지가 39%, 국민의힘 19%이다. 중도층의 36%는 지지 정당이 없다. 요컨대 다수의 국민은 민주당이 어떤 짓을 해도, 지금 국민의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수층의 절반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 중도층 지지율은 비참하다. 더 답답한 건 국민이다. 26%의 국민은 선택지가 없다고 보고 있고, 중도층 36%도 그렇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도 질 것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응답자의 42%는 여당 승리, 36%만 야당 승리를 점쳤다. 보수층의 52%도 국민의힘에 비호감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층의 72%도 국민의힘에 부정적이다. 이게 현실화되면, 말 그대로 민주당 천하가 된다. 지금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사법부도 힘을 잃을 것이고, 결국 삼권분립이 무너지게 된다.
사실 지난 대선도 똑같이 그런 위험을 안고 치렀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를 자기의 사법 리스크를 막는 방탄국회로 전락시켰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 당연히 방탄정부로 만들 것이다. 국민이 그런 위험을 잊은 게 아니다. 마침 김문수 후보의 인격도 훌륭했다. 지난 대선에서 김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33%는 도덕성·청렴 때문에, 30%는 '이재명이 싫어서' 그를 선택했다. 당연히 김 후보를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 김문수 후보에 반대한 유권자의 30%는 '계엄 옹호·내란 동조'를 이유로 들었다. '인격'과 '계엄'이 대결했지만, '계엄' 이슈가 이겼다. 국민은 인격보다 민주주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찌 보면 예정된 결과였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계속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탄핵의 공포에 떨고, 아스팔트 보수에 현혹됐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보수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 총합은 49.49%로 이재명 후보보다 0.07% 높았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었지만, 보수에게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남긴 것이다. 보수의 앞날은 이 끈을 잡는 데 있었다. 그게 민주주의에 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난 6개월여, 보수는 다른 끈에 매달려 왔다. 김문수 후보가 잡았던, 결국 실패로 끝난 그 계엄의 끈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그걸 끊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결과 8월 당대표 경선룰도 당심 80%, 민심 20%로 결정되고, 계엄의 끈을 가장 단단히 잡은 장동혁 대표가 탄생했다.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민의힘에 변화를 기대한 게 사실이다. 생업에 바쁜 국민은 이런 때 만이라도 옳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혁신적 변화를 기대한 것도 아니다. 단지 계엄의 강 만은 건너길 바랐다. 하지만 장 대표는 "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참다 못한 원조 친윤 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이래도 안 바뀌나? 그러면 정말 망하는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의 장단은 있지만 과보를 받는 게 필연이다. 하지만 길잃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