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픽 인터뷰] 국회의원 곽상언 "대한민국 시민의 심장은 정치적인 수사로만 뛰는 게 아닙니다."

입력 2025-1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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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대한민국 정치·문화 1번지인 종로구 곽상언 의원에게는 변호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 노무현의 사위, 당내 쓴소리 의원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특히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라는 곽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된 적도 있고, 최민희 의원을 향해서는 "적어도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8년부터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종로에서 2024년 4월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승리하여, 26년 만에 장인의 뒤를 이어 지역구를 탈환했다. 당선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던 곽 의원은 원래 정치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뉴욕대학교 로스쿨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한 곽 의원의 인생이 운명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결혼 이후부터다. 그는 2002년 대학로 스타벅스에서 노정연 씨와 첫 만남을 가진 뒤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장인이 반대는 안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저를 반대하실 이유가 없잖아요?(웃음) 한번 보시고는 결혼을 바로 승낙하셨죠. 제가 그 정도는 되는 남자입니다.(웃음)"라고 답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이듬해인 2003년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곽 의원의 인생은 장인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장인이) 서거하신 후에 제 뜻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때부터 제 인생도 운명적으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공부를 시작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카니발을 타고 아르코꿈밭극장(구 학전소극장)에 내린 곽 의원의 첫마디는 이랬다. "제가 학전소극장 폐관 전 마지막 공연에 관객으로 왔었어요. 객석 맨 뒤에 앉아 있었는데, 김민기 선생님의 추모 열기로 뭉클했었죠. 그때 대학로 소극장 환경에 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극장에만 들어오면 진실만을 말해야 할 것 같고… 왠지."(웃음) 곽 의원은 꿈밭극장 객석 중앙쯤에 앉았다. 그는 정치인 기질이 묻어나는 달변가가 아니었고, 둘러서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원칙이 분명해 보였고, 정치적인 타협 근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종로가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 아닙니까?"라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종로가 정말 심장이라면, 그런 정치적인 수사로만 뛰는 게 아니잖아요. 시민 모두가 원하는 가슴 뛰는 지역이 되어야죠. 한낱 수식어가 아니라 정말로 시민 모두가 살고 싶은 역동적인 곳, 정치인의 종로가 아니라 시민의 종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학전 소극장은 김민기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때부터 대학로와 종로의 역사적인 극장이었습니다.

"블랙박스 극장에 오면 까만 공간이 주는 무게감과 분위기가 느껴져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웃음) 공연을 위한 곳이면서도 역사적인 공간이자 추모의 공간이 되었잖아요. 친하게 지내는 후배 중 공연 쪽 일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저더러 오늘이 학전 마지막 공연 날이니 같이 가자고 제안하더라고요. 선거 운동을 한창 하던 시기였는데(웃음) 그래도 같이 가기로 했죠. 그날 고(故) 김민기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건강도 안 좋으신데 경제적으로도 매우 곤란하시다는 것, 학전이 경영난을 겪은 지 꽤 오래되었다는 이야기까지도요. 많은 분이 돈을 모아 운영을 돕기로 했다는 말도 들었고, 김민기 선생님께서 어떻게 병마와 싸우셨는지도 알게 됐어요. 작년에 제가 마지막으로 본 공연에서는 가수 박학기 님과 '시인과 촌장' 함춘호, 하덕규 님 세 분이 나오셨는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를 위해 진심 어린 헌정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김민기 선생님의 마지막 공연을 어떻게 보셨는지

"사실 개인으로서든 정치인으로서든 여유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공연을 보러 가는 기회가 굉장히 귀합니다. 제 바로 옆에 계셨던 여성 두 분은 극장 안의 모든 것들을 너무나 좋아하시더라고요. 공연 내내, 끝날 때까지 말이죠. 어린 소녀들도 아니고 삼십 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분들이 "와!"하고 크게 감탄사를 내뱉는 거예요.(웃음) 무대에 나온 가수들도정말 열정적이셨습니다. 학전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지금껏 그런 소규모 공연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 감성적이셨군요. 변호사를 하셨고 이제는 정치인이 되셨습니다. 요즘 곽의원을 보면, 여의도 정치를 향해 할 말은 해야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변호사를 할 때 매우 힘들었어요. 지금도 정말 힘듭니다.(웃음) 20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 민사소송 등 많은 공익 소송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법정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법과 제도를 직접 만들고 개선하는 입법 현장에서 더 많은 국민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꿈꾸는 건 모든 사람이 삶의 기본 조건을 균등하게 누리는 사회에요. 정치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인식과 성품 중의 하나가 타인의 인생을 무겁게 여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함께 간다는 정신이 필요한 거죠. 실제로 이뤄지는 정치 행위를 보면 많은 이들이 타인의 인생을 너무나 가벼이 여기는 판단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위치에 놓이게 될 때가 많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매 순간 노력하고 있지요."

▶종로는 한국 정치사의 상징적인 지역입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상징인 것처럼, 종로 하면 서울과 정치의 중심 지역이죠. 당선되기도 정치를 하기도 어려운 곳이지만 종로는 저한테 정말 특별한 지역입니다. 장인어른이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1998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셨고,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꿈을 펼쳤던 곳이니까요. 26년 후 제가 종로에서 당선됨으로써 장인어른께서 추진하셨던 개혁 과제를 이을 수 있게 됐고, 노무현 정치가 현실 정치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해요. 주민들께서 종로가 더 이상 정체되지 않고 정치적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저에게 뜻을 모아주신 거죠. 그렇게 국회의원이 된 지 이제 2년 정도 흘렀네요. 그런데 언론사 정치면에 제가 등장하기 시작한 지는 한 20년이 넘었어요. 이전엔 국민으로서 정치를 바라보는 입장이었잖아요. 하지만 정치를 직업으로 삼든 정치의 대상이 되든 혹은 그저 정치 뉴스를 보든 우리는 모두 정치 속에 존재하고 있어요. 돈에 관심이 없고 탐욕적인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경제 활동은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다만, 그 정치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다른 문제이긴 해요. 직업 정치인이 되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결혼 후 대통령직에 계신 분 가까이에서 정치 행위를 지켜보고, 제 삶이 정치적 상황에 많이 좌우되면서부터입니다. 그때부터는 제 생활도 정치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어요."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저는 당시 최대한 절제하며 조용히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정치권에 소환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에서 직업 정치인이 되지 않으려고도 계속해서 노력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개인적인 삶을 지키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운명적으로 불가능하더라고요."

▶한국 정치의 심장인 종로구에서 당선이 되셨을 때,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상대 후보는 소위 흑색선전과 비난으로 점철된 활동을 펼쳤어요. 공격하고 반격할 수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적이거나 비열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삶을 절멸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거 기간 내내 계속 상승하는 분위기여서 고통스러운 환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만,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는 안도감을 느꼈어요. 만약 제가 종로에서 낙선한다면 개인적인 정치적 실패일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가 좌절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께서 추구하셨던 '정치의 기본', 즉 국민의 삶을 위한 정치라는 가치가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치인이 되신 후 올해 6월 13일에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셨지요.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나름의 팬덤을 가진 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 저를 찾아왔었어요. 처음 기획사에 들어가 데뷔하기까지의 모든 상황을 듣고 아주 크게 분노했습니다.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정산서까지 대조하며 기획사 대표들과 협상하고, 그 친구들을 대신해 계약을 파기하거나 싸워주기도 했어요. 그 사건을 수임하면서 보수를 안 받았습니다.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의 재산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이 법안은 흔히 '한국형 쿠건법'이라 불리는 제도인데, 미국 아역배우 재키 쿠건(Jackie Coogan)의 사례에서 시작된 미성년 예술인 신탁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한 겁니다. 미국의 쿠건법은 아동 배우가 벌어들이는 총수입의 15퍼센트 이상을 별도의 신탁 계좌에 예치해서 성년이 될 때까지 재산을 보호하도록 해요. 우리나라도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유사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도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적 자치와의 충돌, 계약 현실과의 괴리, 산업 위축 우려, 실효성 논란 등 복합적인 쟁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번에 제가 발의한 법안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무보수로 사건을 맡으셨다고요?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성실하게 일을 잘하는 변호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호사 일로 돈을 많이 벌진 못했어요. 아니,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들한테 어떻게 돈을 받겠어요? 변호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한테 또 돈을 받기가 미안한 거예요. 물론 제가 말씀드린 사건은 한 명도 아니고 그룹 멤버들을 다 봐줘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긴 했습니다. 그때 전 화려한 아이돌 가수들의 이면을 처음 봤어요. 그렇게 화려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착하고 너무나 성실하더라고요. 심지어 자신들이 불공정한 계약에 처해 있는 것도 몰라요."

▶불공정한 계약서에 분노하셨군요.

"당시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계약 문제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해당 가수들의 부모님들까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부모님이 문제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연예인들이 미성년자일 때 데뷔를 하면 부모가 대신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상적으로는 모든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자녀를 하나의 자산처럼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연예인으로 길러지는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한 건데 아직은 통과가 안 됐어요.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 봐야죠. 기존 표준전속계약서의 권고사항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정안에서 신탁 계좌 개설을 의무화하는 강제성을 부여하고 벌칙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청소년의 학업이나 의료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출을 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경우를 허용했고요. 최근 케이팝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그 이면에 있는 청소년 연예인의 권익도 보호되어야 해요. 그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성인이 된 이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죠."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거대 여당이라고는 하지만 입법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지요. 현실 정치에 대한 부담감이나 벽을 느끼실 텐데….

"입법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두 가지 장벽은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기득권의 저항입니다. 법안 하나가 통과되기까지는 상임위원회 심사, 소위원회 검토,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상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요.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의 같은 정기 일정이 우선되면 일반 법안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시계'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민감한 법안은 논의 자체가 미뤄지고, 여야 대립이 심해지면 민생 법안마저 정쟁에 묻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에게 시급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계산 속에서 표류하는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어요. 여야 간 정치적 대립 속에서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영역에서는 정파를 넘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믿어요. 법안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다르고 때로는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문화의 심장이기도 한 종로에 시급한 변화는.

"도시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전국 어느 도시에 가도 비슷한 풍경을 보게 됩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현대식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고유한 색깔과 문화가 사라져 버렸어요. 지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문화, 이른바 K-컬처의 근원은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나마 본래 서울의 중심이었던 인사동, 종로통(通) 같은 궁궐 주변 지역에 우리 고유의 문화가 남아 있어요. 이곳 대학로 또한 전통문화는 아니지만 현대적인 한국 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5대 궁궐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렸듯이 오세훈 서울 시장이 꿈꾸는, 역사와 전통의 흔적을 모두 지운 회색 콘크리트 도시는 제가 추구하는 종로의 모습이 아닙니다."

▶지역구 종로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종로, 특히 혜화역 일대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요. 대학로는 제가 처음 대학 들어가서 미팅을 했던 곳이고(웃음), 심지어 제 아내를 처음 만났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려고 찾아오는 곳으로, 골목골목마다 사람들의 추억과 문화와 깃들어 있어요. 그런데 지금 대학로에 공실이 생긴다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상징적인 증거입니다. 아무리 주가지수가 오르고 해도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거죠. 대학로라는 문화 공간이 위축되면서 소규모 공연과 창작 시설도 사라지고 있지요. 종로가 심장이라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라 정말로 심장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종로가 특별한 지위에 있으니 대우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요.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듯이, 종로 또한 '종로다운' 문화를 전국에 퍼뜨려야 합니다. 전국의 문화적 에너지가 이곳에 모이기도 하고, 그 에너지가 다시 힘껏 뿜어져 나가 전국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적 혈맥이 되었으면 해요. 또 증오심이나 배격하는 마음이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과 사랑으로 심장이 뛰는 종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역할을 위한 종로의 인프라가 그동안은 잘 갖춰져 왔었지만, 최근 늘어나는 공실들을 보면서는 진정한 심장으로서의 활력을 되찾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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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학로 상권이 먹거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건물주들은 계속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요. 소극장주는 연극을 통해 남는 수익이 거의 없는데도 막대한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있습니다. 결국 순수 연극보다는 대중극이나 상업극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사실 정치인이 모든 해결책을 다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현업에 계신 분들이 현장의 문제점과 필요한 방식들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제안을 주고 계세요. 이상적인 제안을 받을 때도 있고, 어떤 건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법한 의견도 있습니다. 그걸 듣고 저 나름대로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 있어요. 기초 과학이 약해지면 응용 과학도 소멸하는 것처럼, 순수 예술이 탄탄해야 응용 예술도 발전할 수 있잖아요. 소극장 공간의 소멸은 공연 예술계의 다양성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단순히 상업적 논리에 밀려 소극장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봐요."

▶대학로는 예술가들의 터전이자 청년 중심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비록 문화관광 상임위 소속은 아니시지만, 종로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 특히 청년 예술가들이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종로의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는 종로에 주소지를 두고 거주하시는 분들과 종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로 구별된다는 거예요. 특히 혜화역 주변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만 보더라도 최근에는 성북구 쪽으로 많이 이사하시더라고요. 왜 옮기는지 여쭤보니, 대학로 임대료가 비싸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계속 종로에서 살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외곽으로 옮겨 갔다가, 버스를 타고 다시 대학로로 활동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맞습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소극장 위기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문화 생태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죠. 2030 청년들 가운데 정치를 혐오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는데, 청년들을 위한 구체적인 문화정책을 생각해 보신 적은.

"국회의원이 모든 것을 직접 실행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지요. 청년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이유는 정치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거나 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규모 행사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소규모로 진행되는 순수 예술가나 초보 예술가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고, 그들이 설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청년들의 문화콘텐츠 창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겠죠. 그리고 창작 활동의 큰 걸림돌이 되는 월세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지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여러모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소통 채널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페스티벌도 필요하죠.

"저도 일반 시민까지 다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정치권력은 특정한 예술 형태를 지목할 수 없고, 환경을 조성하고 예산을 마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하잖아요. 실제로 제가 예산 편성할 때 종로 지역에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 예술 예산이 전국의 연극·뮤지컬에만 집행될 수 있도록 배정하면, 사실상 예산은 대학로를 품은 종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거든요."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대학로는 다양한 계층과 성향을 지닌 시민들이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치가 필요하지요.

"북촌 한옥마을의 고급 주택가부터 창신동 봉제공장 밀집 지역, 대학로의 청년 예술가 커뮤니티, 종로 상인들, 그리고 매일 수십만 명이 오가는 관광객까지, 말씀하신 대로 종로구는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입니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때로 첨예하게 충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야간 축제가 상인들에게는 큰 기회가 되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소음과 같은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어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소상공인들이 밀려나는 문제도 심각하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건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잡는 일이에요. 종로구는 문화재보호구역이 많아 개발이 제한적인 곳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주거 환경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는 지역도 있지요. 반면에 무분별한 개발은 종로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요. 이런 복잡한 현실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전문가, 주민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해서 충분히 논의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종로구는 전통과 현대가 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600년 역사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경복궁과 대학로, 종묘와 인사동, 전통 시장과 현대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도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물리적인 공존을 넘어 문화적 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문화는 가만히 두어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확산하지만, 전통문화는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진흥시키지 않으면 그 명맥이 끊어질 수 있어요.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단순히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탱할 기반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종로에는 아직 그 기반이 남아 있으니, 전통문화를 북돋고 진흥시켜서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경복궁, 창덕궁, 종묘에서 대학로로 이어지는 문화 벨트를 조성해서 전통문화와 현대 공연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코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할 만한 축제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매년 10월에 열리는 공연관광 축제인 '웰컴대학로'가 있겠고, 한복 패션쇼도 보고 한복을 입으면 궁궐을 무료 관람할 수 있는 '종로한복축제'도 있습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종로구 통합 축제인 렛츠종로는 '어디나 스테이지', 'K-주얼리 종로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5~6월에 열리는 서울연극제도 빼놓을 수 없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축제는, 서울대학병원과 혜화역 사이 소나무 거리에서 열리는 '대학로 소나무길 거리예술제'에요. 대학로 인근 뮤지컬 학원이나 밴드 학원의 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합니다. 지역의 주민이자 예술가분들이 참여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축제인 거죠.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즐기고 함께 어울리십니다. 골목길에서의, 뭔가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축제랄까요. 저도 여기 가면 막걸리도 마시고 춤도 추고 그래요.(웃음) 전국 어디를 가봐도 대학로만큼 단위 면적당 예술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기에는 대형 기획사에서 만들어내는 공장형 연예인이 아니라, 이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다양한 예술가가 숨 쉬고 있어요. '소나무길 거리예술제'는 바로 이런 대학로의 풍부한 예술 생태계와 지역민들의 활력이 만나 만들어지는 축제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죠."

▶소나무 길에서 시민들이 벌이는 난장 같은 축제에 매력을 느끼셨군요.

"저는 소위 'K-컬처'의 상징이 종로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 저승사자 등 한국의 무속신앙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처럼 전통의 흔적이 종로의 현대 문화에 살아 숨 쉬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 목표에요. 전통과 현대의 조화뿐 아니라 세대 간 소통, 한국과 세계의 소통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문화 소통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원로 예술인과 청년 예술가가 서로 교류하고, 종묘제례악과 현대 음악이 어우러지며 한옥 같은 전통 공간에서 현대 예술이 전시되는 등의 문화 정책을 펼치는 거죠. 정치적으로 보면 종로는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인데요. 최근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처럼 장이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강조할 겁니다."

▶지역구와 중앙 정치의 균형은.

"중앙과 지역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해요. 지역 문제를 단지 그 지역만의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확장시켜 해결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균형입니다. 세운4구역 문제만 해도 종로의 재개발 사안이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과제와 직결되지 않습니까? 대학로 소극장 문제 역시 종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연 예술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보고, 민간 공연장 상주 단체 지원 제도나 소극장 보호 특별법 추진과 같은 중앙 차원의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반대로 중앙에서 발의하는 법안들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연결하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데, 종로에는 세운상가와 같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집적지가 많고 대학로에도 수많은 문화 소상공인이 있습니다.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종로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으로도 이어지는 거죠. 대학로 문화를 느끼기 위해 노포에서 술 한잔하시는 것도 좋겠지요."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노포에서 술 한잔 하실 때 시민들도 많이 알아볼텐데..

"그래도 노포에서 술 한잔이 제일 하고 싶어요.시민들이 알아보시더라도 같이 마시면 되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거리끼거나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곽상언이라는 정치인이 추구하고 싶은 방향은 다를 것 같습니다만.

"종로구민이 '우리는 대통령이 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이를 '당신의 정치적인 지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지를 지켜보겠다'라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 기대를 실현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제가 평생 추구하고 싶은 목표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유명이든 무명이든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변호사 시절 전기요금 누진세 공익소송을 진행했던 것처럼, 이제는 국회의원으로서 법과 제도를 직접 만들어 더 많은 약자들을 도와야죠. 인기나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을 소신껏 말하고 실천하는 노무현 정치를 계승하고 싶습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사실 제가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고 말하면 어떤 분들은 '사람이 제 정신으로 살아야지, 왜 남의 정신으로 살려고 하느냐'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물론 저만의 생각과 정치적 이상이 있겠지만, 장인께서 돌아가신 후 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 그 한복판에 제가 서 있게 됐을 때 '노무현의 정치'를 혼자서 오랫동안 깊이 공부했습니다. 그분의 정치철학, 업적,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기신 모든 것을 다시금 돌아본 거죠. 정치라는 것은 결국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선택이 개인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집단이나 국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관찰한 노무현 대통령님은 늘 공적인 인물로서 공적인 선택을 하셨던 분입니다. 정치권력을 개인의 욕망이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으셨어요. 시기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안 좋으면, 그게 저한테 엄청난 공격으로 돌아옵니다. 시비 거는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 공격 등 별의별 일이 많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다시 높아진 것을 보며, 저는 이것이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국민적 열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 곽상언, 변호사 곽상언,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중에서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는 게 좋겠습니까?

"그건 저에게 늘 따라다니는 무거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세 가지 이름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정체성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정치인 곽상언입니다. 변호사로서의 법률적 전문성, 그리고 장인어른으로부터 배운 정치철학을 모두 품어 실현하는 정치인 곽상언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곽상언 의원에게 연극은.

"특이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래전 변호사 일을 하면서 성우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문득 우리가 매일 말을 하는데 정작 말하는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하는 걸 배우려 아나운서 학원을 알아보다가, 결국 말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하는 직업인 성우학원을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말을 통해 사람이 지닌 감정이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당시에 성우분이 어느 정치인의 연설 스크립트를 읽었는데, 실제 정치인이 말하는 연설보다 훨씬 설득력 있고 뛰어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기회가 닿으면 유튜브로 연극 강의를 듣고 배우 수업을 찾아보기도 해요.(웃음) 연극이란 결국 주어진 상황에 맞는 표정, 자세, 목소리, 템포에 맞춰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정치인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야 할지, 연극에서 그 지혜를 얻으려고 합니다."

▶템포까지 아시다니..(웃음) 성우의 표현을 배운 곽상언 의원에게 연극은, 생활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을 잘 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연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 진심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국회의원. 김건표 교수 제공.

곽상언 의원과의 두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서 10분 정도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질문지 없이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죠."라고 제안하자, 곽 의원도 가슴에 있는 말들을 꺼내놓았다. 피해 갈 수 없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거나 안경을 벗기도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그가 왜 정치인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운명적이기도 했지만 장인에 대해 정치적인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듯했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