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는 3조원 공자기금 융자해야…미반영 시 사업 중단 리스크 부상
부울경, 같은 '시장 공백' 위기 속에 정치력 발휘…TK 단일 전략 부재 패착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1년 이상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TK 차원의 '전략 부재'다. 정치권·대구시·경북도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세우며 협상력을 오히려 분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융자 방식의 한계와 불안정성도 부상한 가운데 이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군공항 건설 사업비 11조5천억원과 종전부지 개발 사업비 5조9천억원 등 총 17조4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재원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2천795억원 전액이 누락된 것은 당장의 위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 대구시가 설계한 공자기금 신청 규모는 2026년 2천795억원, 2027년 6천990억원, 2028년 3조8천524억원, 2029년 3조7천365억원, 2030년 2조9천719억원 등이다. 2028년부터는 조 단위로 규모가 껑충 뛰어오르는 데다, 이 역시 매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이라는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는 예측 가능성과 재정 조달의 안정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돼야 한다. 즉, 한 해라도 누락된다면 그 즉시 토지 보상과 설계, 공사 단계 중 어느 시점에서든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정당 지형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정치적 변수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지역민 비판이 숙지지 않는 이유는 위기 속에 발휘된 부산·울산·경남 정치권의 존재감과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부울경은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에 따른 '시장 공백' 상황에서도 오히려 똘똘 뭉치며 가덕도신공항을 국가정책사업으로 확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부울경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할을 분담하고,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 여론을 중앙에 전달하며 설득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의 반대 논리에도 즉각 반박하며 강하게 맞섰다.
반면 TK의 전략 부재는 이번 사태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대구시는 공자기금 융자 방식을 추진하는 상황 속에 경북도는 시중은행 장기대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며, 정치권은 국가 주도를 요구하는 등 재원 조달 방식조차 서로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 힘을 모으기는커녕 중앙정부와 국회를 향한 협상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사회에서는 TK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 사업 전환을 단일 전략으로 세우고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예산 협상은 논리와 명분, 결집력의 총합인데, 이번 사태는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다"며 "TK가 단일 전략으로 원보이스를 내지 못하는 순간 이미 승부가 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