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키자쿠라 양조장, 품종-도정-누룩-발효 전 공정 표준화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교토 100년 양조장의 표준화 전략에서 읽는 한국 술의 다음 과제
일본 교토 후시미(伏見) 지역의 100년 양조장 키자쿠라가 자동화·표준화를 결합한 정밀 생산 체계로 고급 사케 시장을 공고히 하는 사이 일본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우는 한국 술은 이제 '안정적 인기'를 넘어 어떤 맛과 스토리로 일본 소비자의 선택 이유를 만들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일본 주류 시장이 정교한 품질 관리와 명확한 제품 정체성을 기준으로 경쟁을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 술이 지속적 확장을 이루려면 원료·품질·패키지·카테고리 측면의 일관된 메시지와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키자쿠라 후시미구라 생산라인은 자동화 설비와 장인 수작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 준마이다이긴조·다이긴조 등 프리미엄 라인업만 연간 36t의 쌀을 투입해 약 126만ℓ 생산하는 규모다. 이들의 핵심은 단 하나, '원료의 표준화'다.
후쿠다 키요시 공장장(농학박사)은 "자동화만으로는 고급 사케의 미세한 품질을 만들 수 없고 수작업만으로는 균질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두 시스템을 혼합한 점이 우리 양조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일본 양조장들이 최고의 품종으로 꼽는 야마다니시키는 쌀알이 크고 중심부의 심백이 뚜렷해 고도 도정에도 풍미가 유지된다. 이는 주정용 쌀 품질 편차가 큰 한국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여기에 정부 지원도 튼튼하다. 일본 정부는 양조용 쌀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양조장이 원료곡을 더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지난해 니혼슈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GI(지리적 표시)로 등록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내 사케 소비 감소와 인구 감소는 양조장의 최대 위기다. 키자쿠라 역시 해외 전용 제품을 늘리며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고시히카리 100% 라인업을 따로 구성해 한국 시장을 정조준한 것도 그 일환이다.
다이키 도조 차장은 "일본 양조장 1천600여 곳 모두가 수출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국내 시장만 보고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치 신이치 과장대리 역시 "외국 시장에서는 어떤 쌀을 썼는지, 향과 도수는 어떠한지, 패키지에서 한눈에 읽히는 '메시지'가 경쟁력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한국 술은 일본에서 진지한 소비층을 확보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오사카의 주류 전문점 '리카마운틴'에서는 외국산 술 중 유일하게 한국 술만 전용 코너를 갖고 있다. 소주·막걸리·과일 리큐르가 상시 진열되고, 20~30대 소비자들이 패키지와 맛을 고르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도테 다카히로 매니저는 "한국 막걸리와 소주는 다른 주류와 겹치지 않는 독립 카테고리를 형성해 안정적으로 판매된다"며 "국가별 매대 중 한국만 단독 매대를 운영할 정도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일본 수출 중 주류 비중은 약 30%에 달하며, 일본은 한국산 소주·막걸리 수출액 1위 국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는 매년 수백 개의 신규 주류가 시장에 투입되며, 경쟁은 패키지·향·색·마시는 방식 등 복합 요소로 이루어진다.
한국 소주·막걸리를 유통하는 진로재팬의 나이토 사토시 제2영업부문 부서장은 "일본 주류 시장은 특징이 없으면 바로 스며들어 사라진다"며 "한국 술의 인기는 분명하지만 아직 확장 측면에서는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에서의 한국 주류 열풍을 '3세대 붐'을 맞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지만, 장기 카테고리로 뿌리내리려면 제품군의 다양화와 지속 가능한 브랜드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술이 일본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현주 aT 오사카지사장은 "일본은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한번 자리 잡으면 오래가지만, 반대로 '왜 이 술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바로 외면당한다"며 "한국 술은 맛과 패키지, 스토리가 뚜렷해 강점이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 전통주의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해 '한국에서의 경험'을 강조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접해보지 않은 술을 본국에서 소비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안동소주 등 전통주의 해외 확장을 위해선 국내 경험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