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자산 60% 의무 투자
BDC 운용사, 펀드 자금의 5% 의무 납입해 책임 운용 강화...손실 나면 같이 떠안는 구조
오는 2026년 3월부터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를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이나 초기 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나 기관 투자가의 전유물이었던 비상장 벤처 투자의 문턱을 대폭 낮춘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공포된 개정 자본시장법의 후속 조치로, 내년 3월 17일 법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운용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것.
BDC는 '상장된 벤처 펀드'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거래소에 상장하면, 투자자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펀드를 사고팔 수 있다. 이 제도는 198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돼 지난 2024년 말 기준 약 1천590억 달러(약 220조원) 규모로 성장한 제도다. 이번에 한국 실정에 맞게 개편돼 도입하게 됐다.
핵심은 의무 투자 비율이다. BDC는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벤처·혁신기업, 코넥스 상장사, 그리고 시가총액 2천억원 이하의 코스닥 상장사 등에 투자해야 한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또 특정 분야 쏠림을 막기 위해, 전체 투자 비중에서 코스닥 상장사나 벤처조합(구주)에 대한 투자는 각각 30%까지만 인정된다.
투자 방식도 다양화했다. 단순히 주식을 사는 것을 넘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 매입은 물론, 전체 투자금의 40% 한도 내에서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금전 대여'도 허용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가 열리는 셈이다.
비상장 기업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영역으로 꼽힌다.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유동성이 낮아 일반 투자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용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우선 펀드 설정 시 운용사는 모집 가액의 5%(600억원 초과분은 1%)를 의무적으로 함께 투자해야 한다. 펀드가 손실이 나면 운용사도 같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무분별한 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다. 운용사 투자 자금은 펀드 만기의 절반 이상을 의무 보유해야 해 사실상 '먹튀'가 불가능하 구조다.
또한 BDC의 최소 모집 가액은 300억원으로 설정해 펀드의 소형화를 막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도록 했다. 펀드 존속 기간은 비상장 주식 회수 기간을 고려해 최소 5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처럼 즉시 현금화가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유연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반 공모펀드는 운용 규제 비율을 어기면 3개월 내에 해소해야 하지만, BDC는 이를 1년간 유예해 준다. 주가가 급등해 비상장 주식 비중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비율을 못 맞추더라도 강제로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도록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이번 BDC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내년 1월 1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후 내년 3월 17일부터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