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동 6-2 '영빈관 터'에 46층 아파트 개발설…구미 시세 '천장' 뚫을까
구미 부동산 시장의 '가격 천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구미시 비산동 6-2 일원, 이른바 '영빈관 터'로 불리는 핵심 미개발 부지에 최고 46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현재 구미 아파트 매매가 최고 기록은 원평동 아이파크더샵 전용 101.8㎡가 지난해 5월 기록한 7억 200만 원이다. 업계에서는 낙동강 4면 조망이라는 대체 불가 입지에 46층 초고층이 결합될 경우, 이 기록을 넘어설 새로운 가격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10년 넘게 잠든 '끝판 입지'…왜 지금인가
비산동 6-2 부지는 구미 부동산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전설의 땅'으로 통했다. 낙동강이 부지를 감싸 도는 형국이라 사방에서 수변 조망이 가능한데, 이런 지형은 구미 전역을 통틀어 유일하다.
강변 입지가 부동산 가치에서 갖는 의미는 전국적으로 입증돼 있다. 대구 수성구의 수성못 조망 단지, 부산 해운대·광안리 오션뷰 단지는 해당 도시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수변 조망은 노후화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불멸의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오랜 정설이다.
비산동 일대에는 이미 이 공식이 작동하고 있다. 2017년 입주한 구미강변코오롱하늘채(822세대)는 비산동 내에서 시세를 선도하고 있고, 인근 해모로 리버시티도 낙동강변을 내세워 분양에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6-2 부지가 이들 단지보다 조망 여건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본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코오롱하늘채가 강변 1면 조망이라면, 6-2 부지는 강이 부지를 거의 둘러싸는 4면 조망"이라며 "구미에서 이런 입지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 46층 '일반 아파트' 관측…지방 시장 문법 읽은 설계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것은 단순히 규모만이 아니다. 해당 부지에 들어설 단지가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 형태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46층이면 구미 기존 최고층인 아이파크더샵(42층)을 뛰어넘는다. 통상 46층 이상 초고층은 상업시설을 결합한 주상복합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주상복합은 상가 공실 리스크가 크고, 높은 관리비 탓에 실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시장에서 주상복합은 분양 초기엔 화제가 되지만, 입주 후 상업시설 공실로 관리비가 폭증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초고층이면서 순수 주거형이라면 희소성과 실수요 선호도를 동시에 잡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만약 이 관측대로 46층 순수 주거형 아파트가 실현된다면, 구미 시장에서 전례 없는 상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 삼성 AI·한화·LIG넥스원…16조 투자가 만든 새 판
비산동 개발 기대감을 단순한 부동산 호재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구미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에 조 단위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최첨단 GPU 수만 장이 탑재되며, 과거 하드웨어 생산 중심이던 구미 공장이 '삼성 AI 서비스의 심장부'로 전환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국내 5년간 4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미 AI데이터센터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프로젝트로 공식화했다.
방산 분야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2023년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된 구미에 K-방산의 양대 축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한화시스템은 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약 8만 9,000㎡ 규모의 신사업장을 지난해 11월 준공했다. 해양 무인체계, 함정 전투체계, 전술정보통신체계 등 차세대 방산 장비를 집중 생산하는 국내 최대 방산전자 체계 생산거점이다. LIG넥스원도 구미하우스 증설을 위해 3,740억 원 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의결했다. 2029년까지 글로벌 방산 수요 급증에 선제 대응할 생산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방산 기업 10곳에서 유치한 투자금만 5,9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600명 이상이다. LG이노텍도 구미사업장에 6,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FC-BGA 양산라인 확대와 프리미엄 카메라 모듈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이후 최근 4년간 약 16조 원 규모의 투자가 유치됐다. 2026년 초에만 AI·방산·에너지 분야에서 2조 9,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확보했다. '오래된 공단'의 이미지를 벗고 반도체·방산·AI 중심의 첨단 산업도시로 전환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 2026년 신규 입주 '제로'…공급 절벽이 수요를 압축한다
투자가 몰리는데 집은 없다. 수급 구조가 비산동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핵심 배경이다.
구미시는 2025년 e편한세상구미상모트리베뉴(620세대) 등 4개 단지 3,117세대가 입주한 이후, 2026년 신규 입주 단지가 사실상 전무하다. 2027년에야 도량동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약 1,350세대)이 입주를 시작하지만, 입주 공백기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구미 아파트 시장은 경북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규제 지역이라는 이점에 수도권 대비 낮은 진입 장벽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는 양상이다.
이런 국면에서 낙동강 4면 조망이라는 압도적 입지에 46층 초고층 아파트가 공급된다면, 시장의 수요가 한 곳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인구 40만 '마지노선'…반등의 열쇠는 산업 인력
구미시 인구는 2020년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2025년 10월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약 40만 4,000명으로, 한때 42만 명을 유지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청년 인구(19~39세) 비중도 2020년 30.6%에서 2025년 26.67%로 줄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감소 폭이 주춤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 AI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AI 모델 운영, 서버 아키텍처, 네트워크 보안 등 고급 IT 인력의 유입이 불가피하다. 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의 확장도 수도권 협력사 이전과 함께 기술 인력 유입을 동반하고 있다. 실제로 LIG넥스원 수도권 협력사 2곳이 구미공단에 공장 신설과 사무소 설립을 결정했다.
이 같은 고급 인력 유입은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주거 수요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살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을 찾는 수요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 구미 부동산 '뉴 노멀'의 시험대
비산동 6-2 부지의 구체적 인허가 일정이나 분양 시기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상태다. 사업 확정 단계가 아닌 만큼 섣부른 기대보다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미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 지역 공인중개사는 "비산동 6-2는 구미에서 '끝판 입지'로 불리는 곳"이라며 "아이파크더샵이 구미 시세의 천장을 처음 열었다면, 이 부지는 그 천장을 다시 한번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