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혐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인정하긴 어려워"
"추가 증거 나오면 재수사 하겠다"
지난 5월 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모든 조사 과정을 거친 결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피혐의자의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사종결'은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을 경우 정식 사건이 되기 전에 '범죄 혐의점 없음' 등의 사유로 내려지는 처분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고인과 민원을 제기한 학생 가족(피혐의자)과의 통화 내역을 비롯해 유서 내용, 고인이 사망 이틀 전 노트북에 직접 기록한 (학생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대응의 어려움 등을 담은) 경위서, 동료 교사 등 관련자 진술, 심리 부검 결과 등에 비춰 피혐의자의 민원 제기가 고인에게 억울한 분노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민원 제기 내용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에 있어 피혐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지난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심리부검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경찰은 "고인이 사망 직전까지의 심리 상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심리부검을 의뢰한 결과 고인은 학교 업무에 대한 어려움과 건강상 문제로 인한 심리적 취약 상태에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원을 받게 되면서 두통 및 불면증 등과 같은 신체적 문제, 높은 수준의 불안감 등 심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1월 25일 변사사건에 전문성이 있는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변사사건심의위원회를 열어 '보강수사 필요성은 없고, 일반적인 변사사건으로 종결하기로 의결'하는 등 검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선 내사종결이지만, 이후 추가적으로 관련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22일 새벽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고인이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동부경찰서장을 중심으로 1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유족과 민원을 제기한 학생 가족은 물론 학교장, 교감, 동료 교사 등 13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A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노트북, 업무용 PC, 업무수첩, 메모 등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3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가 지난 3월부터 학생 가족 사이에 이뤄진 통화와 문자, 부재중 통화는 부재중 통화는 총 47건이며 대부분은 학생 출결과 관련한 연락이었고, 항의성 민원 성격의 통화는 총 5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6월 30일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내용은 숨진 교사의 업무 기록, 학교 관리자 및 교사 면담 내용, 사건 전 업무 기록 확인, 상담 및 민원 진행 상황 확인, 사고 당일 폐쇄회로(CC)TV 열람, 소속 학교 전 교사에 대상 설문조사 등이다.
도교육청은 조만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