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쿠폰 효과로 소득 늘었으나 지출 회복은 더뎌…저소득층 소득·소비 증가 두드러져
3분기 가계 소득이 민생회복소비쿠폰 등 추경 효과로 소폭 상승했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소득 증가가 이전소득 중심으로 발생한 반면 근로·사업·재산 등 생산 활동 기반 소득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민간 소비 회복의 불씨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3분기 실질소득 1.5% 상승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543만9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소비자물가 변동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1.5% 증가하며 2분기(0.0%) 정체에서 다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 같은 개선은 '민생쿠폰 추경' 집행에 따른 공적 이전소득 증가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소득 전체는 3분기 15.5% 증가하며 2022년 2분기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이후 13분기 만에 가장 큰 폭을 보였다. 특히 공적 이전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7% 뛰었다. 추석이 올해 4분기로 밀리면서 용돈 등이 포함된 사적 이전소득은 30.8% 줄었으나 이를 압도할 만큼의 증가였다. 반면 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적 생산 기반 소득은 일제히 줄었다. 근로소득은 0.8% 감소하며 전달(-0.5%)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사업소득 역시 1.7% 줄며 2분기(-1.9%)에 이어 두 분기째 1%대 감소를 이어갔다. 재산소득은 이자 감소 영향으로 2.7% 떨어져 13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분배 측면에서는 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개선 흐름이 뚜렷했다.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3천원으로 11.0% 증가했다. 근로소득(7.3%)과 이전소득(15.3%) 증가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3·4분위 소득 증가율은 각각 7.1%, 5.8%, 4.4%였으며, 최상위 20%인 5분위는 1천158만4천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에 해당하는 5분위 배율은 5.07배로 작년(5.69배)보다 낮아지며 2020년 2분기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연간 기준 공식 분배 개선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판단된다.
◆3분기 실질지출 감소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4천원으로 1.3% 증가했지만, 물가 요인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해 올 들어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생쿠폰 지급에도 소비가 회복되지 않은 것은 추석 연휴가 10월로 넘어가면서 3분기 식료품·여행 지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1.2% 감소했다. 육류(-9.0%), 채소·가공채소(-7.0%), 주스·기타 음료(-6.2%) 등에서 하락 폭이 컸다. 오락·문화 지출은 6.1% 줄었다. 단체 및 국외 여행비가 14.1% 감소했고 서적(-10.2%)과 운동·오락 서비스(-3.6%)도 부진했다. 작년 3분기 오락·문화 지출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는 기저효과까지 겹쳤다는 설명이다.
교육 지출 역시 학원·보습교육(-4.5%), 정규교육(-7.6%) 감소로 6.3%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더해 최근 2년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지출이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지현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오락·문화 지출이 작년 3분기에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음식·숙박 지출은 4.1% 늘었다. 외식 등 식사비가 민생쿠폰 효과로 4.6% 증가한 반면 숙박비는 4.1% 줄었다. 전자담배 수요 증가로 담배 지출이 8.8% 늘며 주류·담배 전체 지출도 0.6% 증가했다. 테슬라 등 신차 출시 영향으로 자동차 구입 지출이 19.5% 늘어 교통·운송 지출도 4.4% 증가했다.
소득 분위별 소비 흐름은 상·하위 간 온도차가 컸다. 1분위 소비지출은 6.9% 증가했고 2분위는 3.9% 늘었다. 3분위는 변동이 없었고 4분위는 2.4% 증가한 반면, 5분위는 단체·해외여행 지출 감소로 1.4% 줄었다.
3분기 비소비지출은 105만8천원으로 0.9% 감소했다. 가구간이전지출(-19.1%), 연금 기여금(-0.7%)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처분가능소득은 4.6% 증가한 438만1천원이며, 소비 이후 남는 흑자액은 143만7천원으로 12.2%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민생쿠폰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