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이 멈춘 뒷자리 정리, '청년기업'이 맡는다"

입력 2025-11-25 17:37:02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청년기업 '천국박스', 유품 정리를 콘텐츠로 가치 확장
경북콘진 콘텐츠코리아랩 지원, '현장 경험 스토리로'

안동의 유품정리 청년기업인
안동의 유품정리 청년기업인 '천국박스'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새로운 콘텐츠로 가치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언박싱 라이프'라는 책을 통해 어려운 순간을 대신 마무리해주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경북콘텐츠진흥원 제공

누군가의 삶이 멈춘 자리에는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과 그 앞에 선 가족의 마음이 남는다. 이 어려운 순간을 대신 마무리해 주는 청년기업이 있다.

경북 안동에서 출발한 유품 정리 전문기업 ㈜천국박스는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2025 경북콘텐츠코리아랩(이하 경북CKL) 콘텐츠 업 지원사업'을 통해 현장의 경험을 로컬 스토리 IP로 발전시켰다.

'정리'라는 노동을 '콘텐츠'라는 새로운 가치로 확장해낸 사례다.

천국박스 창업자들은 유품 정리를 단순한 청소가 아닌 '남겨진 마음을 정돈하는 일'로 정의한다.

주요 서비스는 ▷유품 정리 ▷빈집 정리 ▷특수청소 ▷유품 소각·방역 등 물건 하나를 다루는 과정에도 그것이 고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특히 유품 소각 과정은 고인의 마지막 장면을 정리하는 절차로, 가장 높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고령화·고독사·빈집 확산 등으로 유품 정리 수요가 높아지는 경북 북부권에는 전문적인 서비스가 부족했다.

천국박스는 정리·소독·폐기 과정 전반을 표준화하고, 모든 인력을 청년 전문 인력으로 구성해 지역사회에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특히, 2025년 안동 산불 피해 이후 유품 정리와 공간 회복 서비스의 필요성이 재조명되면서, 경북CKL은 천국박스를 지역 기반 청년창업 우수 사례로 선정해 지원했다.

천국박스는 경북CKL '콘텐츠 업 지원사업'을 통해 현장의 경험을 기록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에세이 원고 60매, 인스타툰 28컷, 북트레일러 1편 등이 제작됐다.

단순한 정리 서비스 기업을 넘어 '청년 유품정리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결과물은 '언박싱 라이프 : 청년 유품정리사들의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간돼 전국 주요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스토리 IP는 전자책·해외판·다큐멘터리·교육 프로그램·굿즈 등 다양한 2차 창작물로 확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며'현장 기반 지역 스토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천국박스는 규모는 작지만, 한국의 '마무리 서비스'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정리 기준 표준화, 감정 노동에 대한 직업적 존중, 장례 이후 서비스를 케어 문화로 확장하려는 시도, 청년 중심의 직업 생태계 구축 등은 천국박스가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은 "경북의 로컬 창업은 이제 생존을 넘어 지역의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천국박스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청년의 시선으로 지역의 현실을 해석하고 이를 콘텐츠로 발전시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안동의 유품정리 청년기업인
안동의 유품정리 청년기업인 '천국박스'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새로운 콘텐츠로 가치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언박싱 라이프'라는 책을 통해 어려운 순간을 대신 마무리해주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경북콘텐츠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