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 같은 주택청약 가점, 우리은행 AI가 바로 계산…고도화된 서비스 제공

입력 2025-11-24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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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청약고시'에 지친 실수요자 겨냥...개인 자산·소득 연동해 '맞춤형 해법' 제시
금융위 혁신서비스 지정, RAG 기술로 '할루시네이션' 차단 주력
단순 상담 넘어선 'AI PB' 경쟁 가속화 신호탄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제공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입주자 모집공고문,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정책, 4인 가구 소득 기준과 특별공급 자격 요건까지. 이른바 '청약고시'라 불릴 만큼 복잡다단해진 주택 청약 제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은행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주택 청약 전략을 제시하는 'AI 청약상담원'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존에는 챗봇이 사전 입력된 매뉴얼을 읊어주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서비스는 고객의 실제 금융 데이터와 복잡한 공고문을 실시간으로 대조·분석해준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AI 비서'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초개인화'다. 기존에는 청약 희망자가 모집공고문을 일일이 직접 따져봐야 했다. 계산 착오로 부적격 당첨이 돼 수년간 청약 기회를 날리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우리은행의 AI 청약상담원은 이러한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를 겨냥했다. 이용자가 '내 청약통장으로 이 아파트 특별공급이 가능해?'라고 물으면, AI는 단순히 규정을 읊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의 청약 계좌 납입 횟수, 납입 인정 금액, 거주지 정보 등을 분석해 '고객님의 가점은 OO점이며, 해당 유형의 우선 공급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식의 즉답을 내놓는다. 난해한 '부동산 문법'을 AI가 고객을 대신 해석해 주는 셈이다.

금융권이 생성형 AI 도입에 신중했던 가장 큰 이유는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양 꾸며내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된 청약 정보를 제공했다가 고객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도입했다.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방대한 인터넷 정보가 아닌, 검증된 청약 관련 법령과 최신 공고문 데이터베이스(DB) 내에서만 근거를 찾도록 제한한 것이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10월 금융보안원의 보안성 평가까지 통과하며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이는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AI 예적금상담원과 AI 대출상담원을 운용 중인 우리은행이 청약이라는 고난도 영역까지 AI를 확장했기 때문.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점 접근성이나 금리가 은행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정교한 자산관리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가 AI를 통해 대중화되는 변곡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청약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대표 채널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체계적인 청약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AI 기술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상담 경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