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통한 농촌 부흥 취지로 중·고등학교 설립
진로교육·방과후수업 등 특색 활동 명문고 도약
'사랑, 창조, 봉사'
경북 경산 무학고의 교훈에는 학교가 오랜 시간 품어온 역사가 응집돼 있다. 무학고는 故 이임춘(펠릭스) 신부 주도로 '교육을 통한 농촌 부흥'이라는 취지 아래 설립됐다. 그리스도 정신을 바탕으로 지식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기르는 교육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가톨릭 사제뿐만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수많은 동문들을 배출해 왔고, 농촌 지역 학교라는 핸디캡을 딛고 매년 우수한 대입 결과를 내며 명문고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24일 개교 50주년을 맞은 무학고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개교 50주년 '무학제 잔치 한마당'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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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9시 무학고에서는 개교 50주년 맞이 '무학제 잔치 한마당'이 열리고 있었다. 잔치 한마당은 학교가 2023년부터 운영해 온 '좋은 사람 되기 프로젝트'의 마무리 격 행사다. 교사들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교훈인 '사랑, 창조, 봉사'와 관련된 행동을 실천한 학생들에게 일명 '칭찬 카드'를 제공해 왔다. 학생들은 칭찬 카드를 차곡차곡 모아 잔치 한마당이 열리는 날 자신이 원하는 물품이나 음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행사는 단순히 선물을 받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닌 '좋은 인품을 가진 무학인(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러한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주춧돌이 될 거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2학년 조성진 학생은 "칭찬 카드 총 12장을 모아 과자와 젤리를 받았다"며 "칭찬 카드를 받기 위해 모범 행동을 하다 보니 학급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잔치 한마당이 끝나고 학생들은 일제히 급식실로 향했다. 교사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교사들이 나눠주는 떡볶이, 오뎅, 물떡을 받아 들었다.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체육관에서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개교 50주년 및 설립자 이임춘 펠릭스 사제 기념 미사'가 진행됐다. 이날은 특히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장신호 요하보스코 총대리 주교, 이종현 요셉 선목학원 국장 신부, 최동호 대구가톨릭대 입학특임부총장, 퇴직 교장, 퇴직 교사 등이 미사에 참석했다. 이후 학교 구성원들은 점심을 먹고 미니 체육대회를 즐기며 축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2학년 조세림 학생은 "매년 무학제를 통해 선생님, 또래, 선후배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며 "올해는 개교 50주년이라 더 뜻깊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교육' 통한 농촌 부흥 취지로 학교 설립
무학고의 기틀을 다진 인물은 이임춘 신부다. 1950년대 경산 하양은 6·25 전쟁 여파로 피난민이 유입되어 대다수 주민들이 가난한 상태였다. 당시 지역의 교육 여건도 열악했다. 인근 고교가 없어 대구까지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교육비·교통비 등 지출로 인해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진학의 뜻을 갖고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자녀의 진학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하양천주교회 8대 주임 신부로 온 이임춘 신부는 '농촌이 가난한 이유는 교육 문제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교 설립이라는 원대한 사업을 시작했다. 1965년 2월 도리동 현재 학교 터에 부지를 매입, 교사를 신축해 1966년 3월 5일 무학중학교를 개교했다. 이어 배동경 율리안나로부터 고교 설립 기금을 증여받아 1974년 11월 무학고를 설립, 이듬해인 1975년 3월 2일 개교식을 가졌다. 당시 교사 6명, 남학생 2학급·여학생 1학급 총 180명의 입학생을 받았다. 1986년 10월엔 남자고등학교로 전환하고 남학생 21학급으로 편성했다.
이임춘 신부는 학교를 설립하고 1994년 선종(善終) 때까지 학교장으로 봉직했다. 이후 제2대 학교장 정순용(1994~1999), 제3대 학교장 이병희(1999~2003), 제4대 학교장 권오선(2003~2009) 선생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단계적으로 학교의 위상을 높여 나갔다.
무학고는 이임춘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그리스도 복음을 핵심으로 하는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정직하고 창의적인 인간을 육성하고 있다. 인성 교육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과 좋은 태도를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변성규 무학고 총동창회장(10회)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재학 시절 일주일에 한 번씩 미사를 통해 좋은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됐다"고 했다.
퇴직 교사인 정영배(63) 씨는 "가톨릭 이념 중심의 학교여서인지 학생들이 유독 사랑과 봉사 정신이 강하다고 느꼈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무학고 출신으로서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특색 활동 통해 명문고 도약
무학고는 수준별 교과 프로그램과 다양한 특기·적성 계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2003년부터 전국 최초 '수요자 맞춤형 방과후학교'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교과 중심의 수업을 넘어 교양·예체능을 통해 단순한 지식(知)만이 아닌 삶의 지혜(智)를 가르치는 데 힘쓴다. 야구·배구·축구 등 방과후교육을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을 토대로 스포츠클럽대회에 출전해 전국 단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올해는 초등학교에서 주로 운영하던 특기적성교육을 고교에 처음 도입해 '2025학년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 꾸준히 힘쓰며 '꿈지락관'과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구축을 완료했다.
꿈지락관은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공간으로 지상 4층으로 조성됐다. 2층은 보건실·음악실·미술실, 3층은 컴퓨터실·진로활동실·공용교실, 4층은 LAB1·LAB2·메이커스페이스·과학 교과 연구실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꿈지락(꿈을 꾸다, 지혜를 키우다, 즐겁게 살다)'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한다. 꿈지락 활동은 학생들의 조별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으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일, 자신의 진로 및 직업 탐색, 역사 및 문화 탐방, 봉사활동 등을 해볼 수 있다.
조별 활동은 연 2회 '자신이 꿈꾸는 대학에 진학한 선배 찾아가 만나기',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 또는 학과 체험', '직장에 다니는 졸업생들과의 만남', '직업 현장 체험'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직업에 대해 다가서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 봉사활동·한마당 큰잔치 등을 통해 공동체적 삶의 자세도 배운다.
2학년 김민석 학생은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졸업한 선배를 만나 이야기하며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무학고는 지난 8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준공식을 실시했다. 교사 리모델링과 더불어 1~4층 중앙 로비에 공용공간을 조성했고, 4층에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학생들의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이유정 무학고 교장은 "무학고는 지역 주민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열망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학교"라며 "설립자인 이임춘 신부의 사명을 바탕으로 전 교직원이 열성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금의 명문고등학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