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도한 기업 규제, AI·반도체 성장 막는다

입력 2025-11-23 17:32:38 수정 2025-11-23 18: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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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역주행 비판 목소리
공정위 '금산분리 완화' 우려…"민원성 논의 안돼, 최후 수단"
재계 '투자 확대 걸림돌' 지적…"경제 활성화 위해 개선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산업계가 큰 전환점을 맞으면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핵심 규제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AI 투자와 관련한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최후의 수단"이라며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당국 수장으로서 재벌의 사(私)금고식 금융 지배 폐해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의 취지를 강조한 것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관해 대안이 있다면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필요성은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어떻게 투자를 활성화할 것인지 공정위를 포함해 경제부처, 대통령실이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재계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며 강한 어조로 지적을 쏟아냈다.그는 "불만스러운 것은 이런(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한쪽 측면에서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불만"이라고 했다.

금산분리는 지난달 1일 이재명 대통령이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등 규제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를 두고 관계 부처가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고심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사실상 브레이크를 걸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는 1982년 도입 이후 일부 규제 완화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변화가 없어 첨단산업 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AI와 반도체, 클라우드, 배터리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산업일수록 금융과 산업의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기업 규제는 투자 확대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4.9%로 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았고 그 상승 폭은 3번째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과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를 누적하는 제도도 유지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AI 패권 전쟁으로 기업들의 기술·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금산분리를 포함한 기업 규제를 완화해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