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검진을 받았으니 괜찮겠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국가건강검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출발선'일 뿐,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개인의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이 필요하다.
국가건강검진은 국민의 기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로, 혈압·혈당·지질·간기능검사와 함께 위·대장·간·폐·자궁경부·유방 등 5대 암 검진이 포함된다.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 항목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은 2년에 한 번, 대변잠혈검사는 1년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최소한의 선별검사일 뿐,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검사는 아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약 30%, 대장암 환자의 약 40%가 국가검진을 성실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다. 검진 간격이 길거나, 개인의 위험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암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대장암 환자는 10년 사이 약 2.3배 증가했으며, 위암 역시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40대 이하였다. 문제는 국가검진의 암검사 대상이 대부분 40세 이상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즉, 30대는 아무리 성실히 검진을 받아도 암검사 자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거나, 비만·흡연·음주 습관이 있거나, 용종이나 위염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국가검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러한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종합검진이다. 종합검진은 연령,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정밀검진이다. CT, MRI, 초음파, 내시경, 종양표지자 검사 등을 활용해 국가검진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병변과 조기암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동시에 시행하면 상·하부 소화기를 한 번에 점검할 수 있고, 복부초음파와 CT를 병행하면 간암·췌장암·신장암 조기 발견률이 크게 높아진다. 또 유방촬영과 초음파를 함께 시행하면 치밀유방 여성의 유방암 조기 발견률이 20~30%가량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검진의 효과는 생존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7%에 달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36%로 떨어진다. 조기 대장암의 생존율은 93%, 진행암은 60% 미만으로 급격히 낮아진다. 결국 같은 암이라도 언제 발견하느냐가 생명을 좌우한다.
건강검진은 '보험'이 아니라 '투자'다. 국가검진으로 기본 건강을 점검하고, 개인의 생활습관과 위험요인에 맞춘 종합검진으로 그 가치를 완성해야 한다. 암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늦기에 정기적인 검진만이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높이고,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치호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