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축구선수 손흥민이 공통적으로 앓았던 병이 있다. 바로 '탈장'이다. 대개 어릴 때 앓는다고 생각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구정 곽병원 교수는 "인간이 직립보행하면서 생기는 질환 중 하나가 탈장"이라며 "뱃속 장기가 지속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 장은 왜 탈출하는가
탈장은 복강 내 장기나 조직이 복압의 상승으로 인해 복벽의 약한 부위를 통해 복강 밖으로 밀려 나오는 현상이다. 복벽은 본래 여러 층의 근육과 근막으로 구성되어 복부 장기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복압 상승, 선천적 구조 또는 나이 등의 요인으로 약해지면 탈장이 생길 수 있다. 연령별로는 3주기, 즉 신생아와 노년기, 신체 건강한 청년기에도 과도한 육체적 활동에 의해서 흔히 발생한다.
직립보행이 부르는 병이다 보니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경우에도 발생하며, 무거운 짐을 많이 드는 경우, 기침을 많이 하는 경우, 간경변으로 인해 복수가 찼을 경우, 고령으로 인한 근육 약화 등이 탈장의 원인 및 위험 인자가 된다. 흡연 또한 콜라겐 대사 저하로 복벽 약화를 유발해 탈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이 탈출하는 경로는 서혜부(사타구니) 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탈장은 복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복강 내 압력이 올라갈 경우 장기가 복강 밖으로 빠져나와 발생하며 간접 탈장은 선천적으로 막혔어야 하는 관이 열린 채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복압이 올라갈 때 발생한다.
아기의 경우 남아의 고환이 복강 안에 있다가 본래 자리로 내려온 뒤 서혜부 쪽 통로가 막히지 않아 장기가 빠져나오고, 노년층의 경우 복벽의 약한 부위인 해셀바흐 삼각지(Hasselbach's triangle)의 근막과 근육이 약해져서 이 삼각형 안으로 탈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대퇴부, 배꼽, 골반 안쪽, 옆구리 등 탈장이 일어나는 부위는 다양하다.
◆ 사타구니나 아랫배에 불룩한 혹이 있다면 의심을
성인 탈장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서혜부 탈장은 사타구니나 아랫배 부위에 불룩한 혹이 나타나며, 서 있거나 힘을 줄 때 커지고, 누우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탈장이 된 환자의 경우 부드럽고 둥근 표면을 가진 덩어리가 사타구니로 튀어나오며 힘을 주면 더 두드러진다.
간혹 덩어리가 만져지지 않아도 묵직하거나 당기는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고환까지 내려오는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드물게 장이 탈장낭에 갇혀 혈류가 차단되면 통증, 구토, 장폐색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단이 모호하거나 탈장낭 내에 어떤 장기가 들어 있는지 장기의 혈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특히 초음파 검사는 탈장 반대편에 잠재적 탈장이 있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
탈장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으며 화학적 치료로 불가하고 물리적 치료인 수술적 교정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탈장 주머니 안에 갇힌 장기는 혈액 공급 장애가 있으므로 장 괴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수술 방법은 복벽의 약한 부위를 당겨 메우거나 인조망을 이용해 덮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복강경 수술이 개발된 이후에는 12㎜ 안팎의 최소한의 절개로 탈장 수술을 진행한다.
강구정 교수는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이 났을 때 펑크난 구멍을 밖에서 떼우는 방법이 전통적인 수술 방법이라면 구멍을 타이어 안쪽에서 때우는 방법이 복강경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수술법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직접 탈장, 간접 탈장 및 대퇴 탈장, 좌우 양측 탈장을 한꺼번에 교정할 수 있으며 재발율을 0.5%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며 "단일 구멍을 통해서도 수술이 가능하게 되었을뿐만 아니라 장 손상의 위험이 적고 통증이 적어 가장 이상적인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탈장 또한 예방이 가능하다. 무거운 물건 들 때 복부에 과도한 힘을 주지 않기, 식이섬유·수분 섭취를 통한 변비 개선, 기침 조절(천식, 만성기관지염 치료 등) 등 복압 상승 요인을 교정하고 금연과 복근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