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직도 끝나지 않는 전쟁의 상흔
파괴된 가자지구 건물들 돌무덤 같아
하마스, 키부츠 마을 급습 학살·납치
피바다 노바 축제장, 떠도는 영혼들
가자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큰 상처를 남겼다. 가자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급습으로 시작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1천300여명을 살육하고 민간인과 군인 등 251명을 납치해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가자 지상전을 벌였다. 현재 사망자는 이스라엘인 2천명, 팔레스타인 6만8천여명에 이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달 9일 휴전에 합의한 후 포성은 멈춘 상태다. 그러나 전쟁의 상흔은 깊고 참혹했다. 가족도 잃고 집들도 파괴됐다. 피해 주민들의 고통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처참하게 파괴된 가자지구 도시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스데롯(Sderot) IDF(이스라엘방위군) 방문자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가자지구 국경선까지 거리는 2km 정도. 국경선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가자 지역 건물들은 대부분 처참하게 파괴돼 있었다.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돌무덤 같다. 현재 휴전 상태지만 접경지는 사이렌이 간혹 울리는 등 긴장감은 여전했다.
IDF 관계자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수십 km, 수백 개의 지하터널이 건설돼 있다. 무려 3~5km 길이 터널도 있다. 터널 안에는 화장실, 침상, 간이 부엌 등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터널의 입구는 모스크, 학교, 유치원, 어린이 침대 밑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하마스의 전략은 군복을 입지 않고, 민간인 사이에 섞여 활동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자 시가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도시전 중 하나라는 것. 군사작전을 위해서는 건물들을 통째로 폭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마스 기습 당시 이스라엘로 넘어온 하마스 대원은 약 5천명. 이들은 차량, 오토바이,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돌파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자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고,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53% 정도를 통제 중이며 가자 내 옐로라인(yellow line)까지 철군해 있다. 휴전 협약에 따른 조치다.
◆최대 피해 현장 니르 오즈 마을
키부츠(집단농장) 니르 오즈(Nir Oz) 마을은 하마스의 공격 피해가 가장 컸다. 가자에서 직선거리 2km 남짓한 곳에 위치해 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당시 하마스 대원 500여명이 급습했다. 마을 전체 주택 220채 중 214채가 피해를 봤다. 하마스는 가스관을 끊고 집에 불을 붙이고 총으로 학살했다. 마을 주민 291명 중 117명이 납치되거나 살해됐다.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집들은 불타 재만 남았고 가재도구는 어지럽게 널려 있다. 벽에는 총탄 흔적, 벽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주택 현관문 등에는 인질로 잡혀갔거나 희생된 가족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려온다.
집집마다 아픈 사연도 많았다. 리타 립시츠(61) 씨의 시부모는 인질로 잡혀갔다. 시어머니는 17일간 인질 생활 후 석방됐고, 시아버지는 500일 넘게 가자에 잡혀 있다가 시신으로 돌아왔다.
어떤 집은 하마스의 방화로 이스라엘의 시신 수습 단체 자카(ZAKA)가 와서, 재 속에서 작은 뼈 조각을 하나씩 찾아 DNA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 완전히 불탄 시신은 다른 집들에서도 많이 목격됐다.
또다른 집은 아이도 잡혀갔다. 당시 부모와 9개월, 4살짜리 두 아이 등 4명이 납치됐다. 아이들은 가장 어린 인질로 가자터널에서 목뼈가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아버지만 인질에서 풀려나 살아 돌아왔다.
여러 집 벽에는 아랍어 글씨와 색깔 표시가 남아 있다. 하마스가 빨간색, 초록색, 검은색 등으로 구역을 나누어, 어느 집을 이미 공격했는지, 어느 집에서 인질이나 시신을 발견했는지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리타 립시츠 씨는 "우리는 하마스보다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피바다로 물든 노바 축제장
가자 접경지 레임 지역에 자리한 노바 축제 현장도 참혹했다. 가자에서 5km 정도 떨어진 축제장은 하마스의 초기 공격 대상이었다. 축제 마지막날인 7일 오전 6시 29분 행사장에 하마스 대원 500명이 급습해 무차별 총을 쐈다. 축제를 즐기던 1천200~2천명 가운데 260명이 숨졌다. 희생자는 도망가다 축제장과 연결된 232번 도로에서 많이 발견됐다. 사망자 외에도 100명 이상이 납치, 실종됐다. 행사장 무대에는 당시 희생자의 명패와 조형물로 추모 공간이 조성돼 있다. 아네모네 조화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노바 축제는 이스라엘 명절인 초막절에 맞춰 열리는 유명한 사이키델릭 음악 축제다. 메인 무대에서 24시간 DJ가 음악을 틀고 사람들은 춤을 춘다. 주변에는 임시 텐트, 임시 바(Bar)도 설치돼 있다.
축제장 인근 쿠마 지역에는 '불탄 차량 무덤(burnt vehicles graveyard)'이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방치된 불탄 차량들을 모아 놓았다. 수거된 차량은 무려 1천560대. 대부분 축제장에 타고 왔던 차량들이다. 하마스가 타고왔던 차량도 일부 있다. 불탄 차량 앞에는 희생자의 사진도 붙어 있다.
마잘 타자조(35) 씨는 노바축제 생존자다.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노바 축제에 참가했는데 두 친구는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는 "하마스와 같은 무장 세력이 제거되고, 누군가가 나와 내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평화를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김동석 기자 dotory@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