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탐 상위권 경쟁 치열…'변환표준점수' 발목 잡을 수 있어
의대 문 좁아지며 합격선 상승, 치·약·한 선회 가능성도 높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주요 대학의 정시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던 국어 영역, '사탐런'(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공부량이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현상)의 영향으로 탐구 영역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16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이 작년보다 어렵게 출제돼 인문·자연계열 학과 모두 원점수 합격선이 하락할 전망이다.
대구 송원학원 가채점 분석 결과, 인문계열의 경우 서울 중위권 학과와 대구경북 상위권 학과는 국수탐 원점수 기준 233점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에선 ▷중상위권 학과 203점 이상 ▷중위권 학과 184점 이상 등을 비롯해 4년제 대학 지원 가능점수는 103점 이상이다. 지역 상위권 학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격선이 6~7점 하락했다.
자연계열의 경우 지역대학의 의·약학 계열은 274점 이상이고 서울 중위권 학과와 대구경북 상위권 학과는 238점 이상 지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에선 ▷중상위권 학과 207점 이상 ▷중위권 학과 190점 이상 등이고, 4년제 대학은 116점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연계열 역시 지역 상위권 학과를 제외하고 모두 합격선이 1~3점 낮아졌다.
하지만 대학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표준점수'는 전년보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입시 업계는 올해 국어 영역이 상당히 어렵게 출제되면서 국어가 대입 합격 여부를 가를 절대적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수학보다 9점가량 높게 나타난다"며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에서 국어 만점자가 수학 만점자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올해 역대급 사탐런 현상이 벌어지면서 탐구 영역 점수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 탐구 영역 지원자의 77% 이상이 사탐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하면서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탐 응시자 수가 줄어들면서 상위 등급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 인원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과탐을 지정해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자연계열 수험생의 경우에는 원하는 등급을 받기가 훨씬 어려워져 수시 합격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계 학생들이 사탐으로 넘어가면서 사탐 내에서도 상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두 문제 차이로 1, 2등급이 갈리는 '등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사탐 응시자 수가 늘어나며 수시 수능 최저를 맞추기는 쉬워졌지만 반대로 정시에서는 인원이 늘어난 만큼 고득점자도 증가하며 인문계열 학과 합격선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탐·과탐 점수는 국어·수학·영어처럼 성적표에 '찍힌' 점수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어서 더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다. 서울대와 홍익대, 국민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은 정시 모집에서 수험생의 탐구 영역 점수를 볼 때 각자가 만든 변환표준점수 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12월 5일 발표될 수능 채점결과를 분석한 뒤 각자만의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정 대학에 입학하려는 수험생들은 그 대학의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을 잘 파악하고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아울러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대 모집인원 축소로 최상위권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천497명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6학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천16명 수준으로 되돌렸다.
차상로 진학실장은 "의대 입시가 사실상 '좁은 문'이 되자 일부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혹은 치대·약대·한의대로 진로를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반적으로 의·약학계열의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많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구 지역에서 고3 재학생 중 가채점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상 수능 이후 지역 공교육계에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채점 결과를 수합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지역 고3 최고 득점자는 원점수 기준 자연계열 290점, 인문계열 289점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홍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올해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문항들이 작년보다 어렵게 나오면서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모든 과목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됐다고 하지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나 까다로운 문항이 다수 출제되며 학생들이 당황하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