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게 이득인데 왜 해?"…월급보다 더 퍼주는 실업급여, 진짜였다

입력 2025-11-15 17: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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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3년 약 127만7천명, 실직 전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 받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구직 활동도, 일할 의사도 없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구직 활동도, 일할 의사도 없는 '쉬었음' 청년이 2019년 43만 명에서 2023년 48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구서부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상담창구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현행 고용보험 제도의 구직급여(실업급여) 구조가 잘못 설계돼,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가 실제로 일할 때보다 일을 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을 때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약 127만7천명이 실직 전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받은 초과 금액은 총 1조2천85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기형적인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자의 근로 의욕과 실직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실업급여 최소 보장 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실업급여는 실직 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최소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주 5일, 주 40시간 일할 경우 세금과 4대 보험료를 제하고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월 184만3천880원이었다. 반면 같은 조건의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면 월 191만9천300원을 수령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보다 7만5천원을 더 받는 셈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최저임금과 실업급여의 산정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근로자는 주 5일 근무 시 하루의 유급휴일이 포함돼 일주일에 6일 치 임금을 받지만,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를 기준으로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지급되는 구조다. 실업급여는 세금이나 보험료 공제가 없기 때문에 실수령액이 근로자보다 더 많아진다.

감사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일부 근로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은 167만2천명 중 11만 명(6.6%)은 최근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였다. 감사원이 한 시중은행의 단기계약직 근로자 975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87명이 '6개월 근무 후 4개월 실업급여 수급, 2개월 공백'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실업급여 최소 보장액이 평균임금의 44.1%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뒤를 잇는 아이슬란드가 34%, 네덜란드가 27.2%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 경총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사업 대부분이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돼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핵심 항목인 구직급여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하한액이 크게 늘어났다. 현행법은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약 193만 원으로, 1개월 최저임금 세후 실수령액(188만 원)을 약 5만 원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균임금 대비 41.9%에 달한다.

이에 따라 경총은 ▷구직급여 하한액 제도 폐지 ▷구직급여액 산정은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유지 ▷수급 기준 강화(기준 기간을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 기간을 180일에서 12개월로 확대) ▷부정수급 제재 강화 ▷모성보호 및 육아지원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