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초등생 참변' 담임, 교단 설수있다…2심서 선고유예

입력 2025-11-14 23: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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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강원교총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강원교총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강원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A씨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전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고를 유예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A씨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교사 A씨와 B씨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선두와 후미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인솔하지 않아 사고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교사의 주의의무 범위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으며, 교사 기소 소식이 전해진 뒤 전국 교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피해 학생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피고인의 과실 외에도 버스 운전상의 과실이 결합해 발생한 것으로, 사망 결과에 대해 피고인에게 전적으로 과실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과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유가족과 합의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로,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된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동 퇴직 처리되는데, 이로써 A씨는 교단에 설 수 있게 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조인솔교사 B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고 당시 버스를 출발시키며 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기사 C씨는 1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가 반영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재판이 끝난 뒤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의 당연퇴직형에서 감형돼 교단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에 유죄를 받은 건 여전히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교사가 매뉴얼을 준수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불가항력적 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현행 학교안전법으로는 체험학습을 가고자 하는 교사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한 판결"이라며 "교원 동의 없이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체험학습은 누구도 절대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교총은 교육 당국에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교원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관련 소송에 대한 국가 책임제를 즉시 제도화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