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촉발지진 8주년' 과학으로 진실을 짚다

입력 2025-11-13 15: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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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포항 촉발지진 발생 8주년…13일 지진 국제포럼 열려
대만·한국 지진 전문가 참석…과학전 원인과 법적 오류 지적

13일 포은흥해도서관에서 열린
13일 포은흥해도서관에서 열린 '2025 포항지진 국제포럼' 참석자들이 지진 트라우마의 완전한 회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 촉발지진 발생 8주년을 맞아 지진의 과학적 원인과 법적 쟁점을 짚고, 지역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포항시는 13일 포은흥해도서관에서 '2025 포항지진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극심한 피해를 남겼다.

사고 이후 정부합동조사단에 의해 당시 진행 중이던 국책사업, 포항지열발전소의 물주입 과정에서 유발된 촉발지진으로 판명됐다.

행사가 진행된 포은흥해도서관 역시 그 때 지진으로 전파 판정을 받은 대성아파트(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가 위치했던 곳으로, 지난 2021년 1월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올해 3월 공공문화복지시설로 재탄생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지진학자와 법조계 인사, 시민 300여명이 참석해 포항지진의 원인 규명과 법적 책임, 시민 치유를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행사는 오전 과학세션, 오후 법률세션과 종합토론, 그리고 시민 치유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에는 대만중앙연구원 지구과학연구소의 쿠오퐁 마(Kuo-Fong Ma) 수석과학자가 나서, 분산음향센서(DAS) 기술을 활용한 단층 감시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정밀한 단층 감시와 과학 기반의 정책이 재난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세션에서는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지진관측망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진한 고려대 명예교수가 포항지진 정신적 피해보상 항소심 판결문에서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하는 기조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진한 고려대 명예교수가 포항지진 정신적 피해보상 항소심 판결문에서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하는 기조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어서 이번 포럼 추진위원장인 이진한 고려대 명예교수는 '포항지진 항소심 판결의 과학적 평가' 발표를 통해 판결문 속 과학적 오류와 쟁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소가 국책사업이었던 점을 근거로 정부에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1월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배상금 200만~300만원)이 내려졌으나 지난 5월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모두 뒤집고 청구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 교수는 "포항지진의 직접적 원인은 포항지열발전소 PX-2 주입정에 가한 초고압(최대 90MPa)의 물 주입이었다"면서 "PX-1(생산정)과 PX-2(주입정) 사이에 투수성이 극히 낮은 단층대가 존재했음에도, 연구사업단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고압의 물을 주입해 단층의 공극수압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무리한 고압 물 주입으로 발생한 인위적 자극이 포항지진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특히 "법원은 '고압 주입만으로 주의의무 위반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주입 압력이 지진 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 근거를 간과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4월 규모 3.1의 유발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물 주입을 중단하지 않은 점 ▷지진자료 분석 미비로 잠재위험 단층을 조기에 인식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명백한 과학적 과실임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정밀 지진관측과 응력 해석을 제대로 했다면, 포항지진단층이 위험 단층임을 사전에 파악해 대형 지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오후 법률세션에서는 신은주 한동대 교수가 손해배상 소송의 개요를, 전경운 경희대 교수가 '포항촉발지진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쟁점'을,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가 '촉발지진 소송의 전망'을 발표했다.

신 교수를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에서는 대법원 상고심의 핵심 쟁점을 놓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포럼은 포항지진의 진실을 과학과 법, 그리고 시민의 시선에서 함께 짚어본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지진의 아픔을 넘어 시민 모두가 진정한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