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9조 빼돌린 중국 여성, 英서 징역 11년8개월…사상 최대 암호화폐 사기

입력 2025-11-13 08: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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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명 상대 폰지사기 후 영국 도피…압수된 비트코인만 6만1000개 규모

첸즈민. AFP연합뉴스
첸즈민. AFP연합뉴스

중국에서 대규모 폰지 사기를 벌인 뒤 영국으로 도피해 막대한 규모의 암호화폐를 세탁한 여성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영국 사법 당국이 몰수한 비트코인만 수조 원대에 이르러 단일 사건 기준 최대 규모 암호화폐 범죄로 기록됐다.

런던 서더크 형사법원은 11일(현지시간) '야디 장(Yadi Zha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중국 국적의 첸즈민(47)에게 징역 1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첸은 불법 자금 보유와 자금세탁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수사 당국이 확인한 암호화폐 규모는 약 6만1000개 분량의 비트코인이다. 한때 시가 기준으로 50억 파운드(약 9조40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영국 경찰이 단일 사건에서 압수한 암호화폐로는 가장 큰 규모라는 설명이 나왔다.

첸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내 투자자 12만8000여 명을 상대로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공안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그는 동남아시아로 이동해 잠적했고, 2017년에는 위조 서류를 제시해 영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런던에 정착한 그는 여러 계좌로 분산된 비트코인을 현금화해 생활비로 사용했다. 현지에서는 월 1만7000파운드(약 3270만 원) 상당의 고급 주거지를 임대하고, 명품 구매와 해외 여행을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이어 갔다고 한다.

첸의 국내외 활동을 보조해 온 비서 원젠 역시 관련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원젠은 법정에서 "첸은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며 게임을 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첸이 런던 부동산을 매입하려 했던 과정도 수사의 실마리가 됐다. 원젠은 2018년 그의 지시로 1250만 파운드(약 240억 원) 상당의 고급 저택을 구매하려다 자금 출처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금융기관의 경고 조치를 받았고, 이 거래가 영국 수사기관의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영국 경찰은 첸의 디지털 지갑과 금융 내역 등에 대한 본격적인 추적에 나섰고, 거액의 비트코인을 대량 동결하며 사건 전모를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비트코인 형태로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첸에 대한 형사 재판은 이번 판결로 종결됐지만, 압수된 비트코인의 처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 정부가 이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환수 및 처분할 것인지, 그리고 중국 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관해 여러 법적 쟁점이 제기된 상태다.

로이터통신 등은 피해자 수가 방대하고 관련 자금이 여러 나라를 거쳐 이동한 만큼 향후 민사 절차와 배상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