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까지 대구 보이스피싱 범죄 한 건 당 피해액 약 5천300만원…전년 대비 1천200만원 늘어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시간을 들여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통제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가 경찰 도움까지 의심할 정도로 판단력을 무력화한 뒤 본격적인 범행이 일어나면서 범죄 한 건 당 피해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황금지구대는 '남자친구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성구 황금동 한 모텔에서 피해자인 30대 남성 A씨를 구조했다.
구조 당시 A씨는 검찰을 사칭한 피싱범 지시에 따라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스스로 숙박업소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그는 구조 과정에서 오히려 경찰을 믿지 못하고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한시간 넘도록 A씨를 설득한 뒤 넘겨받은 그의 새 휴대전화에서는 악성앱 3개가 발견됐다. 범죄조직은 A씨에게 '외부에 알리면 구속된다', '비밀을 유지하라'며 협박해 숙박업소에 머물게 하고는 앱을 설치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보이스피싱 피해자 B씨도 A씨처럼 범죄조직에 심리적으로 통제당한 모습을 보였다. B씨는 범죄조직 지시에 따라 은행에 2억500만원을 송금하러 갔다가 경찰 동행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고 복현지구대를 찾았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있다며 확인 절차에 나섰지만 B씨는 경찰 질문에 사실대로 답하지 않는 등 기관을 전혀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B씨 휴대전화에서도 범죄 조직이 설치토록 한 악성앱 2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조직이 악성앱을 통해 피해자 개인정보나 위치, 통화내용을 탈취하고 피해자 정보를 모두 아는 것처럼 심리 억압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하면서 대구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0월까지 약 409억원으로 지난해 29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범죄 사례 당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대구 보이스피싱 범죄 지난해 대구 보이스피싱 범죄 한 건 당 피해액은 약 5천300만원으로 지난해 약 4천100만원보다 많았다.
이를 두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배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송금을 요구하는 액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피싱 조직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을 사칭하는 데서 나아가 최근에는 우리가 당신을 구속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가스라이팅 형태의 심리 억압을 지속하고 있다.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해 피해자 위치와 통화내용을 파악, 기술적 통제를 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며 "전화나 문자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연락을 받으면 즉시 끊고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