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숨 쉬는 법… 녹비작물로 탄소 3배 더 저장된다

입력 2025-11-12 09: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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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논의 유기물 환원 시 탄소 저장량 3배 증가 확인
유기물 환원 통한 탄소순환 농법 효과 검증

경북대 이정구 교수
경북대 이정구 교수

논에 보리와 헤어리베치 같은 녹비작물을 갈아엎어 흙에 섞어주면, 토양의 탄소 저장량이 화학비료 대비 3배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이정구 교수팀은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논의 유기물 환원이 화학비료 처리보다 3배 높은 탄소 저장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경남 진주 지역의 논과 밭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겨울철에 재배한 보리와 헤어리베치를 여름철 주작물(벼·옥수수)을 심기 전에 흙 속에 섞어 넣는 '유기물 기반 탄소 순환 농법'을 적용해 그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논에 유기물을 처리한 경우 토양에 연간 약 1.8~2.2t의 탄소가 축적돼 화학비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3배 이상 높은 탄소 저장 효과를 보였다. 반면, 밭에서는 유기물을 넣더라도 연간 4~8t의 탄소가 빠져나가 오히려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논의 물이 산소가 부족한 경우 유기물 분해를 늦춰 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지만, 밭은 흙이 마르고 공기가 잘 통해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탄소가 쉽게 이산화탄소로 변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논의 유기물 환원이 탄소 메탄(CH₄) 배출을 함께 증가시킨다는 점도 확인됐다. 논에서는 연간 501~631㎏ C/㏊의 메탄이 방출돼,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높은 온난화지수(GWP)를 가졌다. 연구팀은 유기물 재활용이 탄소 흡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온실가스 관리와 병행돼야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구 교수는 "유기물 기반 농법은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탄소 저장 전략임을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농경지를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시켜 농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환경·농업 분야 국제 저명학술지 토양 생물학 및 생화학(Soil Biology and Biochemistry, IF 10.3)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