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가 일반 도로 사유지냐? 군사보호시설!" 법정서 따진 尹

입력 2025-11-07 22: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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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재판 중 언쟁을 벌이다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7일 윤 전 대통령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속행 공판을 열고, 공수처 수사4부 소속 박상현 부부장검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했다.

박상현 부부장검사는 지난 1월 3일 공수처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을 당시 현장에 출동했다. 이날 법정에서 체포 시도의 경위를 상세히 진술했다.

박 검사는 "당시 공관촌 정문 앞 저지선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이광우에게 영장을 제시했지만,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받았다"며 "이에 외부에서 내부 진입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군인으로 보이는 수십~수백 명이 인간띠 형태로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공수처 측이 수색영장에 따라 관저 진입을 시도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고,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면 수색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에 가기 위해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주소지를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작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두 차례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2차 공문에서 1차 공문에 없던 11개 지번(地番)에 대한 출입허가를 요청했다"며 "이는 수색영장에 기재된 지번 외 10개에 대해 경호처 출입허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 검사는 "관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그 길밖에 없어서 지나갔을 것"이라며 "주소지로 도달하기 위해 지나간 것이지 수색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도 증인 신문 중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여기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걸어 다니는 도로나 사유지가 아니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명백히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곳을 수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저가) 무슨 일반 도로 사유지냐. 그런 식으로 수사하냐"고 따졌다.

이에 박 검사는 "수사 목적으로 그 자리를 지나간 것이고, 같은 주장을 체포적부심에서도 하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은 재차 "그 지역은 영장 기재 지역이 아니다. 그곳에서부터 영장을 집행했다면, 그것은 영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경호처장 승낙 없이는 출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자 재판부는 "증인과 법리 문제로 논쟁하려 하지 말라"며 "판단은 재판부가 하겠다"고 제지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또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내란 관련 사건은 다 서울중앙지법으로 갔지 않느냐. 이 사건은 내란 우두머리, 메인 사건인데 굳이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검사는 "이 사건 전에도 다른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사례가 있었고, 공수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구했다는 인식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경호처 내부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지난 1월 3일 경호처의 저지로 집행이 한 차례 무산됐으며, 같은 달 15일 두 번째 시도에서 체포가 이뤄진 바 있다.

박 전 처장은 "경호처 내부적으로도 염려가 컸다"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 간부들이 경찰의 소환 요청을 받고 긴장했고, 형사처벌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당시 윤갑근 변호사에게 상황을 알렸지만 '경호처는 본분을 다하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박 전 처장은 "간부들과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컸고, 2차 체포영장 집행까지 버티라고 요구할 명분이 없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처장에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란 게 공수처를 막으라는 게 아니었고, 영장 내용이 위법이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경호처가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냐"고 물었고, 박 전 처장은 "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