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롤러코스터 흐름 속 개인 투심 '활활'
외국인 투매 고스란히 받아 … 반도체·조방원 주도주 대거 매수
"고객 항의보단 저가 매수 주문 많아 … 시중 유동성 풍부"
"멘탈이 터진 건 고객이 아니라 오히려 프라이빗뱅커(PB)들이었어요. 한 달 동안 번 거 하루 만에 다 까먹었으니.... 신용 털린 계좌 말고는 보유 종목 더 사달라는 고객 콜이 많았습니다."
최근 코스피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 투심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증시가 빠지는 족족 증시 주도주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 속에 매물이 나온 종목들을 받아내며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5조73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은 대형주가 쏠린 코스피 위주로 사들였다. 코스피를 5조8802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은 142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5조737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코스피를 5조1012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그간 상승 랠리해온 대형주 중심의 매도세를 보였다.
최근 2거래일간 코스피가 5.15%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빠지는 하락세 속에서도 주식을 던지는 대신 그간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들을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는 그간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섹터에 쏠렸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각각 2조400억원, 1조420억원어치 해당 주식들을 사들였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들은 거품 우려 속에 최근 이틀간 급락한 바 있다.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2조9259억원어치, 삼성전자를 1조317억원어치 내던진 영향으로 주가가 무섭게 빠지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공포 속 투매가 아닌 저가 매수로 대응한 것이다. 두 종목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순매수 상위 30위 종목들의 매수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AI 정책 수혜주로 거론되는 네이버도 3222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던진 조방원 대표주들도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산에너빌리티(-2331억원), 한화오션(-1488억원), HD현대중공업(-790억원)이 팔아치울 때 개인들은 해당 종목들을 3135억원, 1657억원, 1311억원어치 사들였다.
증시가 급락할 때 적극적인 베팅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웃을지 주목된다. 일단 6일 오전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섰던 종목별 등락이 엇갈린다.
이날 오전 10시10분 현재 SK하이닉스는 1.55% 상승 중인 반면 삼성전자는 1.29% 하락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0.38% 상승 중인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4.07% 급락하고 있다.
대형사 한 PB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전문가인 PB들도 다들 이 악물고 버텼다. 일부 계좌들은 터지기도 했기 때문"이라면서 "고객들의 항의 전화는 별로 없었고 오히려 더 사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개인 매수세를 보면 시중 유동성이 정말 풍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변동성을 활용한 주도주 섹터의 저가 매수를 조언한다. 최근 증시 과열로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서 볼 땐 국내 증시의 이익 사이클과 정부 정책 등 상승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에서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10월 한 달간 20%가량 급등하며 단기적으로 매물 소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익 사이클+정부 정책' 조합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중기적인 우상향 경로는 지속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락이 곧바로 하락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고 변동성이 큰 종목 비중이 커진 만큼 급등락은 앞으로도 잦을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