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투자자 예탁금 85조9천억원 '역대 최고'
증시 강세에 투심 강화, 부동산 규제에 자금 이동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다. 주가지수의 가파른 상승세에 투자를 확대하는 이른바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나던 상황에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투자자 예탁금은 85조7천1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76조원대 수준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9일 85조9천159억원으로 1달 만에 9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자금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증시 대기자금'으로 해석한다.
주가지수 상승세가 뚜렷해지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7일 4천선을 뛰어넘으며 새 역사를 썼다. 지난 3일 4,221.87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으나 이날 4,004.42로 급락하며 전 거래일 대비 117.32포인트(2.85%) 낙폭을 기록했다.
개미 투자자가 '국장'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증시가 급락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부문을 규제하고 여유 자금을 증시로 돌리도록 민심을 잡았지만 이번 사태로 "정책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코스피 지수가 5천까지 오를 것이란 낙관론으로 투심을 부추기며 과열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산 대책 여파로 유동성이 증시로 향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일각에선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최근 상승장을 견인한 기술주에 대한 과대평가 우려, 이른바 'AI 거품론'은 이번에 증시가 조정을 겪은 배경으로 지목된다. AI 거품이 꺼지면서 환율 불안이 커지고, 원화 약세로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AI 버블 우려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부담이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어오던 AI 랠리를 냉각시켰다. 특히 코스피는 최근 가격 조정 없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오면서 차익 실현 압력이 증가한 상황이었다"면서 "추세 전환이 아닌 최근 급등에 따른 단기 과열 해소이고, 펀더멘털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앞으로도 고환율이 유지될 전망이며 1천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균형이 가시화하면 1천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면서 "달러 강세 기조 여부, 대미 투자 자금 유출, 미국 통화정책 등이 향후 주요 변수"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