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관한 합헌 여부를 심리한다. 대통령의 '경제비상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가르는 첫 시험대로, 이번 판결은 세계 통상 질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시행한 '상호관세' 조치의 적법성을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국가별로 차등 관세를 부과해왔다. 한국에는 당초 25%가 적용됐으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15%로 낮아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번 재판은 나라의 생사가 달린 일"이라며 "패하면 미국은 제3세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관세를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된다면 미국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도 했다.
백악관은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올바른 판결을 할 것이라 낙관한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비상 상황에서 관세를 사용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관세를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투자 유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리한 판결이 나와도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2심은 모두 위헌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은 부여하지만,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보수 성향이 다수인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법조계·경제계의 반발도 거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 등 40여 개 단체가 "관세 정책이 초래한 경제 피해는 회복 불가능하다"며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을 지지하는 의견서는 10건이 채 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펜타닐 원료 수출은 명백한 비상사태"라며 "대통령의 대응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CNN은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의 경제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세계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헌 판결이 나면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강화하고, 동맹국에 '미국 우선 공급망'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위헌 결정 시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보호무역 기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