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하락 후폭풍…K-증시 취약점 들춰낸 'AI거품론'

입력 2025-11-05 16:52:24 수정 2025-11-05 19: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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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의존 과도, AI버블 충격 계속되면 4천피 유지 어려워

[그래픽] 뉴욕증시 AI 관련 대형 기술주 하락률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커지면서 4일(현지시간) 약세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5일 미국 기술주 급락에 덩달아 휘청이며 장 초반 4,000선을 내줬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뉴욕증시 AI 관련 대형 기술주 하락률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커지면서 4일(현지시간) 약세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5일 미국 기술주 급락에 덩달아 휘청이며 장 초반 4,000선을 내줬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한국 증시를 덮치면서 미국 시장에 좌우되는 한국 증시의 취약점이 다시 드러났다.

5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3,867.81포인트까지 밀리며 전장 대비 6.16%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전일 2.04% 하락(23,348.64)에 마감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고,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됐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국내 긴급 시황: 시장 하락 배경 점검과 전망' 보고서에서 "오늘 국내 증시는 장중 5%대 낙폭을 보였다"며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차익 실현이 본격화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관련 기술주들이 증시 강세를 이끌었으나 기업의 막대한 투자에 비해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글로벌 투자은행(IB) CEO들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향후 12~24개월 내 10~20% 수준의 증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는 "거시경제 위기가 아닌 과열된 시장 자체에 대한 조정은 오히려 건전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들은 AI 투자 과열에 대한 '공식 경고음'으로 해석됐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국내 시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IT 등 글로벌 경기 민감 업종 비중이 크다. 그 결과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이 곧 한국 시장으로 전이된다. 'AI 버블론'이 불거진 미국 나스닥이 흔들리면, 한국 증시는 두 배로 흔들린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에 달하는 구조상, 뉴욕발 매도세가 곧바로 코스피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전이 효과(Spillover)'가 상존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미국의 기술주 사이클에 과도하게 동조화돼 있다"며 "AI 조정이 장기화할 경우 코스피는 자체 방어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기술주에 대한 과열이 식는 순간, 한국 시장은 가장 먼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1999년 강세장에서도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10% 이상 조정받은 사례가 있었다"며 "12개월 예상 순이익이 285조4천억 원으로 10주 연속 상승 중이기 때문에, 중기적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