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 증시가 장중 6% 가까이 급락하며 공포 장세를 연출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확산된 'AI 거품론(버블론)'이 한국 시장을 강타했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에 다다르며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6.27포인트(1.61%) 내린 4,055.47로 출발해 곧바로 매도세가 쏟아지며 오전 9시 6분쯤 4,000 밑으로 내려갔다. 한때 3,867.81까지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장 막판 기관의 저가 매수가 일부 유입되며 4,004.42로 마감했지만 하루 만에 2.85%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낙폭은 지난 8월 1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증시가 급락(126.03포인트)한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2조5천18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락의 도화선은 미국발 'AI 거품 붕괴' 우려였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AI 대형주가 급락하면서 "실적보다 기대가 너무 앞섰다"는 회의론이 확산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450원에 육박했다. 달러 강세 속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가 겹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단순한 기술주 조정이 아닌 '복합 금융충격'으로 진단한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마이클 버리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CEO 등이 미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시그널을 보내자 기술주 중심의 조정 발생한 점은 국내 증시에도 비우호적인 상황이다"라며 "미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4.01%) 급락은 국내 반도체업종 투심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논란 속에서 '증시 활황'을 경기 자신감의 근거로 삼았지만, 이번 급락으로 기류는 완전히 반전됐다. "5천 포인트 간다"던 낙관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원화 약세와 증시 불안이 소비심리와 물가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AI 버블 붕괴와 환율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투자심리의 급격한 위축을 의미한다"며 "환율이 1,480원 선을 넘으면 외국인 이탈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