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성공한 재판이었다. 합당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 사흘 만에 내놓은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공식입장은 '제2의 검란(檢亂)', 폭풍 같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말해 준다.
정의와 형평의 관점,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봤을 때 이 판결에 항소할 사유가 있는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과연 그럴까. 대장동 개발 비리는 공공개발의 명분으로 원주민들의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뒤 사업실적도 전혀 없는, 급조된 민간시행사 '성남의 뜰'에 3억 5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1퍼센트에 불과했던 화천대유가 1조 원 가까운 개발 이익을 독식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가 결정됐다. 그 과정에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희대의 권력형 부패 사건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재산 처분과 분양가격 결정 등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도록 정관에 규정되어 있었고, 성남시는 2010년 업무전결규정을 신설해 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결재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최종 승인 없이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의 사내이사 이한영은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의 보좌관 출신이었고, 납득할 수 없는 성남시 인허가 경위, 사업 협약서에 '초과이익환수 규정'이 누락된 이유, 유동규 전 본부장이 개발 이익 700억 원을 받기로 한 경위 등을 밝히고 배임과 뇌물의혹, 이를 지시하고 최종 결정한 윗선을 수사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러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 수사팀은 최우선적으로 했어야 할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여론에 떠밀려 28일 만에 했고 그마저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시장 이재명 대통령과 정책보좌관 정진상의 이메일을 압수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1심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 범죄수익을 추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검찰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해 7814억 원을 추징해 달라고 했으나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추징금은 473억 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김만배는 5638억 원, 남욱은 1010억 원을 챙기게 됐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김만배로부터 5억 원을 받고 428억을 약속받은 것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문제점을 다시 심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했지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모든 것이 묻혀 버렸다.
그들에게는 최고의 성공한 재판이었지만 정의는 패배했다. 유권무죄(有權無罪)의 더러운 역사는 대한민국의 수치로 영원히 기록되고 말았다. 노만석 대검 차장의 석연치 않은 항소포기 결정 의혹은 향후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공소시효는 충분히 길다. 항소기간 7일 동안 법무부와 대검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항소 시한 몇 분을 남겨 놓은 시점까지 항소 여부를 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 대통령실의 부적절한 개입은 없었는지 여부 등이 모두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부끄러운 검찰의 민낯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권력 앞에 굴종하며 추태를 보인 검찰총장 직무대행, 당당히 항소를 관철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물러난 서울중앙지검장,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장동 부패세력 단죄를 위해 몸을 던지지 못했던 검사들 모두 시대의 죄인들이다.
불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권력형 부패세력이 승리하는 세상을 지켜보는 마음은 고통스럽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길바닥에 버려져 뭇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신뢰에 기반한 사회제도가 부패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부패는 국가와 사회 모두를 파괴하는 공동체의 적이다.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법은 큰 파리는 잡지 못하고 작은 파리만 잡는 거미줄"이라는 말을 남겼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큰 파리는 어디에 숨어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