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보니 행복이다] 최승식·김유진 부부 "가족끼리 맛있는 것 만들어 먹는 거, 그게 행복이죠"

입력 2025-12-11 10:36:33 수정 2025-12-11 18: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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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앓고 있는 셋째 유빈..볼살공주 눈웃음에 마음 사르르
아기 때부터 많이 안아준 아빠, 자녀들에 인기
엄마는 음식솜씨 최고

최승식·김유진 씨 부부와 첫째 우주, 둘째 우빈, 셋째 유빈, 넷째 다빈 등 여섯 식구가 산책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최승식·김유진 씨 부부와 첫째 우주, 둘째 우빈, 셋째 유빈, 넷째 다빈 등 여섯 식구가 산책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네 자녀 부모인 최승식(49)·김유진(37) 부부는 2년 전 한 쪽이 일을 쉬고 오롯이 아이들 육아에 전념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녀들이 어리기도 했지만 한 아이가 희귀난치병으로 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아 전담을 먼저 자처하고 나선 이는 아빠 최승식 씨다. 자영업을 했던 그는 2023년 폐업하고 지난 1년 간 일하는 아내 대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지냈다. 올 6월부터는 다시 생활전선에 복귀해 대구 공공근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때부터 아내 김유진 씨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현대백화점 매장 매니저로 근무했던 그는 "요즘은 빨리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하며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픈 손가락 셋째…사랑·감사 배워

최승식·김유진 부부는 슬하에 아들 둘, 딸 둘을 뒀다. 남자아이인 첫째 우주(13)와 우빈(8)은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셋째 유빈(4)과 다빈(2)은 집에서 양육하고 있다. 이 중 셋째 유빈은 이들 부부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4.2킬로그램(㎏) 우량아로 태어났는데 유독 많이 울고 성장 속도가 더뎌 24개월 때 병원에 데려갔더니 뇌전증(간질)의 한 종류인 결절성경화증을 앓고 있다는 게 아닌가. 안타깝게도 이 병은 근본 치료법이 없어 평생 지적장애와 발달지연, 행동장애(자폐 등), 피부 증상(흰 반점, 혈관섬유종 등) 등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들 부부가 번걸아가며 육아 전담을 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부부는 "희귀질환 진단을 받고 몇 달을 울고 불며 지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랑스런 공주님이 매일 밤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아이 덕분에 사랑을 더 깊이 알게 됐다며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유빈이를 키우는 일은 조금 힘든 일이긴 하다. 수면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라 밤이면 3시간마다 깨서 부부를 잠 못 들게 했다. 지금은 멜라토닌 약 처방을 받아 5시간은 자고 있다. 이 정도만 돼도 부부는 살 것 같다. 아이는 아직 말을 못 하고 밥을 주면 먹지 않고 식기를 던져버린다. 그래서 가족 외식은 꿈도 못 꾼다. 대신 유빈이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가 잠이 들면 가족들끼리 포장해온 음식을 벤치에서 먹곤 한다.

그래도 아빠 최승식 씨는 유빈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음식은 거부해도 분유, 우유, 두유는 잘 먹어 통통하다. 그래서 별명도 '볼살공주'다. 그는 "가끔 유빈이 눈을 바라보면 깊은 바다가 보이고 지구 밖 우주가 보이기도 한다"며 "웃을 땐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울고 떼쓸 때의 그 스트레스를 싹 사라지게 만드는, 한없이 행복을 주는 아이"라고 했다. 바라는 바는 단 하나, 얼른 커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아빠는 매일 기도한다.

최승식·김유진 부부와 첫째 우주, 둘째 우빈, 셋째 유빈, 넷째 다빈 등 여섯 식구가 손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최승식·김유진 부부와 첫째 우주, 둘째 우빈, 셋째 유빈, 넷째 다빈 등 여섯 식구가 손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씩씩하게 잘 커줘 고맙고 든든

아픈 셋째 신경 쓴다고 나머지 세 아이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부부는 늘 마음이 쓰인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스스로 제 할 일 잘 하며 씩씩하게 커주고 있다.

첫째 우주는 키도 크고 어딜 가나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다. 아빠를 끔찍하게 좋아해 주변에서 엄마 닮아 잘 생겼다고 하면 화까지 내며 아빠 닮았다고 우긴다. 성격도 좋은 편인데 이상하게 학급 임원선거(반장, 부반장)만 나가면 줄줄이 떨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가 첫 도전이었고 8번 떨어진 끝에 6학년 2학기 전교 임원선거에서 첫 당선됐다. 그것도 전교 부회장으로 말이다. 끈기와 의지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친구랑 다퉜는데 먼저 사과하고 싶다고 담임선생님한테 자리 좀 만들어달라 청하기도 하는 용기 있는 아이기도 하다.

이런 우주가 최근에는 아빠를 밤새 울렸다. 아빠 따라 달리기 동호회에 갔는데 두 번째 간 날 5킬로미터(㎞)를 완주해 회원들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어른도 힘든 걸 참고 해냈냐 물었더니 "아픈 동생 유빈이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뛰었다"는 것. 그날 최승식 씨는 아이들 재우고 밤새 울었다. 옆에 있던 아내에게 갱년기라 놀림받을 정도로 말이다. 맏이라 그런지 속도 깊어 배우고 싶고, 하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부모 부담될까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면 그저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둘째 우빈은 태어났을 때부터 우량아였고 지금 8세인데 몸무게가 무려 45㎏다. 첫째 우주는 그 나이 때 23㎏였다. 형 먹는 양의 3배를 먹어대니 5살 어린데도 형 보다 허벅지가 더 두껍다. 당연히 또래 중 덩치(키와 몸무게)가 제일 커 입학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왈가닥일까봐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순둥순둥하고 애교가 많은 아이다. 아파서 학교에 못 가는 날이면 같은 반 친구 5명이 우유 못 마실까 걱정, 다쳐서 깁스를 한 친구가 밥 굶을까 걱정이다. 힘이 세니 평소 친구들 우유 뚜껑 따 주는 일을 했었고,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선 점심 식판에 대신 밥을 담아줬다는 것이다. 곰 같지만 귀여운 아이, 그게 우빈이다. 그런데 부끄러움은 없어도 너무 없다. 특히 먹을 것 앞에서 그렇다. 떡볶이 가게에 가면 주인아줌마에게 "많이 담아주세요"하며 시키지도 않는 말을 덥석덥석 해대 당황스럽게 한다.

넷째 다빈은 막둥이지만 어쩔 때 보면 언니(유빈)보다 더 언니 같다. 예전에는 언니한테 매일 맞아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언니 아파서 그러는 거 아는지 울지도 않고 졸졸 따라다니며 음식 먹여주고 그런다. 언니가 울면 등 토닥여주고 잘 때 이불도 덮어주며 알뜰살뜰 챙긴다. 눈뜨면 제일 먼저 눈웃음 지어주고 인사도 잘 해서 어딜 가나 예쁨 받는다. 엄청 똑똑하기도 하다. 김유진 씨는 "우리 다빈이는 하늘에서 엄마와 함께 언니 보살펴주라고 보내주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그래도 아직 어려서 청개구리처럼 말 안 들을 때도 많다"고 웃었다.

여섯 식구가 집 거실에서 프로축구 TV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여섯 식구가 집 거실에서 프로축구 TV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아빠 좋아하는 아이들

이 집 아이들은 유달리 아빠를 좋아한다. 아빠가 방에 누우면 (따로 자는 첫째 제외)둘째부터 막내까지 다 들어와 함께 눕는다. 유빈, 다빈 두 딸들도 맨날 아빠만 따라다닌다. 초등학생인 아들 둘도 아빠한테 사랑받고 싶어하고 칭찬받을 행동을 많이 한다. 엄마가 밥해주고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사주는데 신기하다. 다들 아기일 때 아빠가 많이 안아줘서 그런가 보다 싶다.

아빠 최승식 씨는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들을 응원해준다.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주고 말주변이 좋아 재미있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준다. 겉보기에는 상남자지만 자상하고 세심하다. 아내가 잊어버리는 걸 대신 다 챙긴다. 먹는 것도 뭐든 잘 먹는다. 아내가 뚝딱뚝딱 음식도 잘 해 결혼 후 체중이 20㎏이나 불었다. 그래도 아내 김유진 씨는 남편이 제일 멋있다고 말해준다. 키도 크고 예쁘장해서 최승식 씨가 첫눈에 반한 그녀다.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며 아낀다. 육아나 집안일로 내가 더 하네 마네 하며 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더 쉬게 해 줄까 하는 게 이들 부부의 고민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도 그닥 강요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범사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이들 가족은 삶을 즐기는 방식도 소박하다. 다들 음악을 좋아해 집에 가요 틀어 놓고 누구는 춤추고 누구는 노래 부르며 논다. 한참 뛰어다닐 아이들을 위해 아파트 투어, 놀이터 투어도 하고 주말엔 가끔 소풍도 간다. 특히 집에서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으며 보내는 시간은 이들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같이 먹는 것', 이것이 이 가족이 생각하는 행복이다.

최승식·김유진 부부는 "육아가 힘에 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웃고, 행복해 할 때 사는 보람을 느낀다"며 "이 네 아이를 만나려고 내가 세상에 왔구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공기 좋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학교 강당 같은 공간이 있는 집을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자녀가정 지원책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몰라서 혜택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행정복지센터 등의 보다 세심한 안내, 그리고 다자녀가정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 배려 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