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장남이었지만…트럭 운전사로 늙어버린 남성의 인생
1953년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한 남성은, 인생의 시작점에서 자신도 모르는 채 다른 아이와 운명을 바꿔치기당했다. 부유한 가정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병원의 실수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야 했던 그는 60년 넘는 세월을 잃어버린 삶 속에서 살았다. 진실은 우연한 유전자 검사 결과로 세상에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현지시간), 병원의 치명적인 실수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일본 남성 A씨의 사례를 다시 조명했다.
A씨는 1953년 3월 30일 도쿄 스미다구의 '산이쿠가이' 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출생 직후 병원 측의 실수로 다른 아기와 신원이 바뀌었고, 그는 가전제품 하나 없는 좁은 원룸에서 자라야 했다. 두 살 때 '아버지'(사실은 양부)를 여의고,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와 동생 3명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야 했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버틴 시절이 이어졌다. 이후 트럭 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간 그는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홀로 늙어갔다.
잃어버린 가족과의 연결고리는 뜻밖의 상황에서 드러났다. A씨와 신원이 바뀌어 부잣집 장남으로 자라온 B씨가 가족 내 재산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다. B씨는 어머니 사망 후 유산 일부를 물려받았고, 아버지를 돌보는 조건이 있었지만 결국 요양원에 맡겼다. 이에 불만을 품은 동생들은 B씨의 외모와 혈연관계에 의문을 품고, 2009년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B씨는 형제가 아니었다. 가족은 병원을 통해 출생 당시 기록을 추적했고, 마침내 도쿄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던 A씨가 '진짜 장남'임을 확인했다.
뒤바뀐 운명의 주인공들이 다시 만났지만,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A씨의 생물학적 부모는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A씨가 돌아가야 할 자리에는 이미 B씨가 가족회사 대표로 올라 있었다.
법적 대응은 이어졌다. 병원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도쿄지방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해 3800만 엔(약 4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중 A씨에게 3200만 엔, 나머지 600만 엔은 생물학적 동생들에게 돌아갔다.
A씨는 평생 자신을 키운 여성에 대해 "고생만 하다 가신 분"이라며 "그분을 도와 뇌졸중을 앓던 동생을 포함해 아이 셋을 내가 돌봤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가 원래 태어난 곳에서 내 삶을 살 수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며 "내가 태어난 그날로 시계를 되돌려달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