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남미 마약 단속 왜?…좌파 정권 흔들기 목적

입력 2025-10-26 16:45:31 수정 2025-10-26 18: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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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인근 항공모함 배치 마두로 압박
콜롬비아도 압박 강화…페트로 대통령 제재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해군 순찰선이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에서 카리브해 연안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해군 순찰선이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에서 카리브해 연안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미 주요 좌파 정부 국가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 대해 마약 단속 이유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주변 카리브해에 항공모함을 배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그간 친미 노선의 콜롬비아와도 좌파 정부 출범 후 '절연'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마약 단속의 실제 목적이 '정권 흔들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美,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배치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차단 목적이라며 베네수엘라 주변 카리브해에 항공모함을 배치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전쟁부)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이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과 항모 항공단을 미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에 배치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카리브해와 중남미 연안 동태평양 등지에서 '마약 운반선'이라고 주장하는 선박들을 격침하고 있다. 이날까지 4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기 위해 최근 B-1B 폭격기를 비롯한 전략 자산을 카리브해 상공에 띄우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 있는 코카인 제조 시설과 마약 밀매 경로를 직접 타격하는 계획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현지 취재진에게 "베네수엘라에서 곧 지상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람들을 그냥 죽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정권 교체 야욕'이라고 규정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방송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전쟁 발발을 조작하려 한다"며 "결국 우리가 막아낼 수 있는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콜롬비아 정권과도 '절연' 수순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친미 노선을 유지하다 2022년 좌파 정부 출범 후 거리를 두게 된 콜롬비아와도 '절연' 수순을 밟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마약 밀매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이라고 표현하면서 콜롬비아 정부의 마약 차단 의지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올해 초부터 관세 부과와 이민자 본국 송환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어깃장을 놓던 페트로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견제해 왔으며, 최근엔 콜롬비아를 약 30년 만에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페트로 대통령은 '정권 흔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엑스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일컫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가속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럽의 간섭을 배제하고 미주 대륙 국가들의 자주성을 강조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성해 만든 돈로주의는 고립주의 속에 '세계 경찰' 역할을 이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