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에 묻혀 '잊힌 작가'의 작품, 마침내 빛 보다…전영발 유작전

입력 2025-10-24 11:23:17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

고(故) 전영발 작.
고(故) 전영발 작.
고(故) 전영발 작.
고(故) 전영발 작.
고(故) 전영발 작.
고(故) 전영발 작.

'어린 천재화가의 고독한 자화상인가. 어느 잊혀진 작가의 작은 전시회, 그것도 30여 년 전 청소년기 때 그린 작품들이 요즘 대구 미술계에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 화제다. 전영발 작품전이 지역 작가들과 애호가들 사이에 조용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1998년 매일신문 '공산갤러리 개관기획전-잊혀진 작가 전영발 작품전' 기사 중)

고(故) 전영발 작가는 이처럼 1998년 팔공산 자락의 공산갤러리에서 10대에 제작한 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열며 주목 받았고, 이후 몇 회의 전시에 참여했지만 이와 관련한 인터뷰나 작품과 연관한 언급은 찾기 어렵다. 그는 그렇게 은둔하다시피 작업을 이어오다 2023년 12월 25일 대구에서 단출한 유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조카이자 제자인 김운용 작가가 경북 상주로 그의 작품과 자료를 옮겨, 2년 간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해 보관해왔다.

그렇게 정리된 그의 작품과 자료들이 마침내 유작전에서 빛을 발한다. 오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영발 유작전'은 생전 전영발 작가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했던 유족과 지인들의 열망이 이뤄진 전시여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영발 유작전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이 기획했다.

최성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는 "작품의 시기별 분류와 내용 파악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가가 생전에 제작해둔 '작품 앨범'을 참조해 연도 서명이 남아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뼈대를 만들고, 1960년부터 작고 전까지의 작품을 분류했다"며 "이와 함께 유족과 지인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의 생애와 화업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물섬이 꾸린 전시준비팀은 이번 전시에서 작품 형식적으로 끊어져 보이는 줄기를 작업의 내용적 측면에서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는 1960년대 현대미술의 특징 및 재료를 탐구하는 시기를 거쳐,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10대부터 이미 권위적인 가부장적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을 작품에 드러냈다. 그에 대한 다양한 욕망은 성(性)적인 이미지나 죽음, 폭발의 이미지 혹은 구체적인 인간의 형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1970년대 중반 제작한 '첼로', '붉은 새'의 사실적 표현을 끝으로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는 석사 논문에서 연구한, 초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자동기술적 드로잉과 콜라주로 작업의 방향이 획기적으로 전환한 것. 이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드로잉 작품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2010년 이후 작고 전까지도 계속 작품에 몰입해있었으며, 미스테리한 드로잉과 수채화를 남겼다.

최 대표는 "그의 작품은 앵포르맬,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 권력과 권위에 대한 저항이 복합적으로 연관돼있지만 결국 '화가 전영발'로 응축된다"며 "그는 이미 10대 시절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인식하기 이전에 자신만의 세계가 완성돼있었다. 작가의 길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강한 적대감과 함께 끊임없는 화해의 모색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한국 미술계의 주류 맥락에서 제외됐던 미술가의 발굴이라는 측면과 함께 미술이 가지는 진정성과 여정을 되돌아볼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그의 작품을 통해 1970, 80년대 대구미술에 나타난 실존적 형상미술, 포스트모더니즘적 형상미술과의 연관성도 연구할 과제로, 그가 대구 미술계를 넘어 동시대 현대미술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는지 살펴 볼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