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대전환, 경북 '들녘특구'](4)창업형 벤처 모델 '포항 식량작물 특구'

입력 2025-12-01 09:11:14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청년농업 성공모델 구축이 목표
이모작+6차산업 융복합한 창업모델+청장공 공휴마을

유치원생들이 포항 특구 내
유치원생들이 포항 특구 내 '청창농 공휴마을'을 찾아 딸기청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포항 식량작물 특구'는 청년농업인들이 주축인 창업형 벤처모델이다. 초보 농부들이 모여 이모작 농사를 아고 농업에 6차산업 모델을 도입, 창업으로까지 발전시키는 유형이다. 고령화로 농촌 공동화가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 인력을 육성하고 이들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특구의 미션이다. 그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농부들의 땀과 사회적 관심이 보태진다면 이제 머지않아 그 성공모델을 이 곳 특구에서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포항 특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잡곡 전용 도정 시설. 내년 2월 정식 가동한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포항 특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잡곡 전용 도정 시설. 내년 2월 정식 가동한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청년농업인들이 이끌어가는 벤처형 농업모델

포항 식량작물 특구는 흥해읍 양백리·성곡리 일대에 조성돼 있다. 들녘 규모는 113헥타르(ha) 정도이며 동계작물로 밀과 보리, 하계작물로 벼와 콩을 이모작하고 있다.

특구는 공동영농과 위탁영농의 복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참여농가 61곳 중 50곳(82%)은 농지를 법인(흥부영농조합법인)에 위탁하는 고령 농가이고, 나머지 11곳(18%)은 공동영농에 참여하고 있다.

법인 구성은 운영위원 5명과 영농관리 4명, 영농협업 청년농업인 9명 등이다. 구성원 대다수가 연령대가 낮은데다 농사 경력도 그다지 많지 않다. 대표도 30대이고 청년농업인들도 영농경력 10년 미만이거나 이제 막 농업에 뛰어든 초보 농부다. 이렇다 보니 평생을 농사에 바쳐온 기존 고령 농업인들이 이들에게 농사기술 정보와 현장경험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돕고 있다.

반면 법인은 기존 농업인들이 추진하지 않았던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잡곡 전용 중소형 도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포항에는 보리, 밀 등 잡곡류만 도정하는 곳이 없어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고 타 지역에서 도정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조만간 도정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연간 300톤(t) 이상을 도정할 수 있게 돼 소포장 직거래 판매로 추가 소득 확보가 가능해진다. 법인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생산한 잡곡은 모두 취급할 방침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내년 2월 정식 오픈한다.

청년농업인들이 포항 특구 내 딸기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청년농업인들이 포항 특구 내 딸기하우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농지위탁 2.5배, 공동영농 1.8배 소득 증대

수확한 콩과 보리 등은 계약재배를 통해 유통하거나 자체 소포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부 가루쌀과 밀은 국립종자원의 채종포장(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특별히 조성된 농경지)으로 선정돼 종자용으로 수매해 납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법인의 농업생산액은 1.5배 늘었다. 기존 101ha 농지에 벼 1모작만 했을 때는 11억4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보리(61ha)와 밀(40ha), 그리고 벼(83ha)와 콩(30ha) 이모작을 통해 16억8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법인에 농지를 위탁한 고령의 농업인들과 공동영농 참여자들도 모두 소득이 높아졌다. 농지 위탁 농가는 배당금으로 평(3.3㎡)당 3천원을 받아 기존 농지 임대료 소득(1천200원) 보다 2.5배 늘었다. 이모작 공동영농에 참여한 농가도 생산소득 배당금으로 평(3.3㎡)당 3천800원을 지급받아 기존 벼농사 소득(2천80원) 보다 1.8배 증가했다.

법인은 고령의 농업인들에게 소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논둑 제초작업과 같은 비교적 손쉬운 일거리를 맡기는 식이다. 인건비는 하루 15만원 정도다. 이를 통해 유휴 노동력 활용은 물론 공동체 소속감도 높여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포항 특구의 가공 체험 및 청년 쉼터 건물.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포항 특구의 가공 체험 및 청년 쉼터 건물. 경북농업기술원 제공

◆체험과 휴식, 배움으로 채워지는 청창농 공休(휴)마을

특구는 생산물을 활용한 가공·유통, 체험·관광 등의 6차산업 도입을 위해 '청창농 공휴마을'을 조성했다. 초보 청년농업인들이 6차산업을 융복합해 창업모델을 개발하는 공간이자 특구 방문객들을 위한 수확 및 가공 체험장으로 가동되고 있다.

우선 청년농업인들을 위해서는 커뮤니티센터를 개설, 배움과 도전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에 모여 경영방식을 함께 배우는가 하면 현장 경험과 새로 습득한 전문지식도 서로 교환한다. 6차산업 농업모델에 대한 논의 및 연구를 통해 창업의 꿈을 키워나가는 것도 이 곳이다. 단조로운 농촌생활을 탈피하기 위해 취미활동 공유도 하고 있다.

공휴마을은 추가 소득원 창출을 위한 가공 및 체험 시설도 갖췄다. 딸기를 테마로 한 체험 전용 양액하우스(시설 규모 1천485㎡)와 동화나라 체험장이 그것이다. 양액하우스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양액시스템으로 재배한 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 총 2톤(t) 정도의 딸기를 수확했고 체험객 3천여명이 방문해 1억400만원의 부가 수익을 올렸다. 이와 함께 동화를 컨셉으로 한 '나라의 비밀농장' 체험장에서는 동화 속 캐릭터의 입으로 아이들에게 딸기의 영양 가치를 전해준다.

카페형 가공체험 공간도 있다. 특구에서 재배한 콩과 밀, 딸기 등으로 즉석두부, 베이글, 딸기모찌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방문객들이 직접 가공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황종욱 흥부영농조합법인 대표.

◆더 많은 청년농부 유입 위해 특구 규모 확대

특구 발전을 위한 과제로는 미래 인력 확보와 농지의 규모화 등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이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계청의 농림어업조사 결과만 봐도 40세 미만 청년농업인 경영주는 2014년 9천947가구에서 2024년 4천601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청년농업인들이 귀농 계획 초기부터 부딪히는 농지 확보 문제가 가장 크다.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매입 자체가 어렵고 드물게 매물이 나와도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농업 현장에서 농지 확보와 정착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특구는 앞으로 영농규모를 단기적으로는 130ha, 중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최대한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초보 청년농업인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경작할 농지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공체험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초·중학교 체험활동 교과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촌교육 농장으로 고도화키시고 품질인증 농장으로도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는 농업·농촌 자원을 교육적 관점에서 활용, 차세대에게 이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청년농업인들에겐 새로운 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채명훈 조합원.
황종욱 흥부영농조합법인 대표.

〈황종욱 흥부영농조합법인 대표 인터뷰〉

포항 식량작물 특구를 운영하고 있는 흥부영농조합법인의 황종욱 대표는 "특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기반으로 독자적 브랜드를 개발해 상품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1차 목표"라고 했다. 1차산업과 6차산업을 병행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구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은 국내산 가공품이 수입산 가공품 보다 대체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생산량이 많아도 판로 확보가 어렵고 6차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도 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황 대표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청년들의 창의성으로 우리 특구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IT분야처럼 농업 벤처 창업도 많이 해 청년농부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강조했다.

채명훈 조합원.

〈채명훈 조합원 인터뷰〉

채명훈 씨는 기존 26만4천623㎡ 농지에 벼농사 단작을 하다 2023년부터 특구 조합원이 돼 공동영농을 하고 있다.

이후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이모작과 대단지 영농으로 바뀌면서 소득이 늘고 작업 효율성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은 청년농부들이 흔들림 없이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지원책이 실상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는 "청년농부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특구가 밑거름이 돼야 한다"며 "눈 앞의 실적 위주가 아닌 미래 농업의 방향을 청년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