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3문서' 조기 개정, 안보 리셋
일본판 '철의 여인' 프레임 만들 수도
미일 정상회담 주도하려는 의도도 다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취임 첫날부터 방위비 증액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등의 '안보 3문서' 조기 개정을 지시한 것이다. 공히 추가적인 방위비 증액을 골자로 한 것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27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다카이치 내각이 주도적으로 방위비 증강에 나선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2일 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에게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등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안보 3문서' 조기 개정) 지시서를 받았다. 이전 농림수산상 시절보다 더 속도를 높이고, 힘을 쏟으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안보 3문서'는 일본 국방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핵심 지침으로 통한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국가방위전략은 방위력 목표와 실현 방안을 다룬다. 방위력정비계획에는 장비·예산·인력 등 구체적 방위력 구축 계획이 5년 단위로 명시돼 있다. 2022년 개정에서 적의 미사일 기지 선제타격과 2027년까지 GDP 대비 2% 수준의 방위비 인상을 못 박은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것을 조기 개정하는 건 방위비 증액 폭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점쳤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유신회와 연정에 합의하면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근거 조항 삽입을 비롯해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다카이치 내각의 속도감 있는 방위비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과 28일 있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관세 협상 합의 내용과 더불어 일본의 방위비 증액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해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관계를 먼저 깊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국내적으로도 미국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선도적으로 나선다는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리나라 등 주변국에는 위협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미국과 군사 협력 강화 명분을 내세운 것인 만큼 군사력 확장을 통해 군사 대국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보수 성향으로 한일 관계 악화, 나아가 한미일 삼각 공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이유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 연대가 불가피한 만큼 아베 내각의 일원이던 때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닛케이신문은 "보수층을 끌어들였던 언동도 총리에 취임하면 신중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며 "예전과 같은 발언을 시작하면 정책의 '급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