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수권법안 하원 통과…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결정

입력 2025-12-11 15:36:50 수정 2025-12-11 20: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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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일방적 감축 견제 조항 포함
2만8천500명 미만 감축에 돈 못 써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명단 작성도
상원 통과 거쳐 트럼프 서명하면 발효

지난 8월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월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도 미국 국방수권법안(NDAA·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최종안이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안보·국방 관련 예산 지출과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이다. 법안에는 미국 행정부의 주한미군 규모 일방적 감축을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북한과 직접 대화를 염두에 둔 이산가족 관련 내용, 대만 호위를 위한 예산 증액 등이 명시됐다.

◆유럽과 한국 주둔 미군 유지

AP통신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NDAA의 상·하원 통합안이 10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은 상원을 통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통합안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천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관련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지휘 사령부에서 한국 지휘 사령부로 이양하는 것을 양측이 합의된 계획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완료하는 데 예산이 사용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거나 한국과 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한 국가 등 동맹국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때다. 이 경우 60일 뒤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0일(현지시간) 헨리 쿠엘라 연방 하원의원(가운데)과 지미 파네타 연방 하원의원(왼쪽)이 연례 국방수권법(NDAA) 표결을 위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헨리 쿠엘라 연방 하원의원(가운데)과 지미 파네타 연방 하원의원(왼쪽)이 연례 국방수권법(NDAA) 표결을 위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NDAA의 주요 내용에는 ▷베네수엘라 '마약 보트' 폭파 영상 공개와 의회 감독 강화 ▷기후·다양성 프로그램 대폭 축소 ▷이라크 전쟁 공식 종전 선언 ▷시리아 제재 영구적 해제 ▷시험관 수정 보험 확대 조항 삭제 등이 들어가 있다. 여기에 유럽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를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유럽에는 8만~10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및 동유럽 동맹국 지원 의지가 의문시됐던 터다. 때문에 ▷유럽 주둔 미군 최소 7만6천명 유지 ▷나토 동맹국과 협의 없이 철군 금지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 생산에 향후 2년간 연 4억 달러 승인 ▷주한미군 최소 2만8천500명 유지 명문화 등이 포함됐다.

◆이산가족 조사, 北 직접 대화 가능성

통합안에는 미국 정부가 6.25 전쟁 이후 북한에 있는 가족과 헤어지게 된 한국계 미국인들의 상봉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국무부가 북한인권특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헤어진 한국계 미국인 명부 작성 상황 ▷이산가족 상봉 통계 ▷미국의 이산가족 상봉 요청에 대한 북한의 답변 등을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이산가족 상봉도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미국 내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측 박영희(85) 할머니와 남측 동생 박유희(83), 유경희(72)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 날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에서 북측 박영희(85) 할머니와 남측 동생 박유희(83), 유경희(72)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NDAA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국방 정책을 명시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초당적 법안이다. 이번에는 중국을 경계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는데 우선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도 가능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만 관련 안보 협력 예산을 올해 3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증액하도록 승인하며 국방부가 공동 드론 및 안티드론 프로그램을 구축하도록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통합안에는 2030년까지 중국과 러시아 등 비우방국 제품에 대한 의존 해소를 적시했다. 중국산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의 퇴출을 명령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