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총리 시대 개막] 경제는 '아베노믹스', 외교는 '강한 일본' 지향

입력 2025-10-21 17: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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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완화적 금융정책 추진 전망
헌법 제9조 개정 안보 우클릭 가능성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신임 총리로 선출되자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신임 총리로 선출되자 의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다. 그는 26년간 이어온 공명당과의 연정이 깨진 후 위기에 몰렸으나 일본유신회와의 연정을 통해 극적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아베노믹스'를 신봉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인플레이션 시대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력 강화 등 '강한 일본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부양 위해 재정 확대 지향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노믹스' 신봉자다. 그동안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자민당 총재 선거 때에는 후보 5명 중 유일하게 적자 국채 발행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는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라고 말했다.

1년 전 총재 선거 때 "금리를 지금 올리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비해 수위는 높지 않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일본은행을 견제할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으로 해석된다.

그는 총재 선거 때 지방자치단체 대상 중점 지원 교부금 확충, 휘발유 잠정세율 폐지, 세액 공제 신설 등 적잖은 재원 소요가 예상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할지는 알 수 없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시대 극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지만 현재는 고물가가 경제의 최대 숙제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대라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경기 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런 기대감은 벌써부터 지수에 반영되고 있다. 닛케이225평균주가 종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치러지기 전날인 3일 4만5769엔에서 다카이치 총리 취임이 확실시된 20일 4만9000엔 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그래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총리로 선출됐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개회한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었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21일 총리로 선출됐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개회한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었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 외교·안보 정책은 우경화 모드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관심사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인 지난 17∼19일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 기간에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공물 대금만 사비로 봉납했다. 그전까지는 봄과 가을 예대제,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에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번에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총리 취임을 목전에 두고 외교적 파장을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무대 데뷔를 앞둔 현실론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가 계속 합리적이고 온건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지기반인 당내 보수층의 여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연정에서 빠져나가고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새로운 연립 파트너가 됐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상황 변화로 꼽힌다.

헌법 제9조 개정 여부도 주목된다. 일본유신회는 연정 구성 논의 과정에서 헌법 제9조 개정에 관한 양당 협의회 설치,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정 대폭 완화, 외국인에 관한 위법 행위 대응 등이 필요하다고 자민당 측에 제안했다.

일본 헌법 제9조는 평화 헌법 핵심 내용으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 부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2년 책정한 3대 안보 문서에는 방위력 강화 방침이 담겼다. 다카이치 총리도 취임 뒤 방위 장비 수출 규제 완화 등을 위해 3대 안보 문서의 개정 검토를 지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