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하영석] 한화오션 미국법인에 대한 제재, 맞춤형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입력 2025-10-28 1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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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항만 학술단체협의회장

한국해운항만 학술단체협의회장
한국해운항만 학술단체협의회장

중국 정부는 미국의 항만수수료 부과에 맞대응하여 지난 10월 14일부터 중국에 입항하는 미국선박에 대해 순톤수 당 400위안(약 56달러)의 특별 항만수수료 부과를 공식화였다. 부과 대상은 미국등록선박, 미국건조선박, 미국기업·단체·미국인이 보유·운항 또는 25% 이상의 의결권이나 임원을 가진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다.

이와 동시에 '반외국제재법'을 근거로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 법인인 한화필리조선소와 한화쉬핑을 포함한 5개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이 조치는 단연코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를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내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와 이탈리아 기업들은 제외되었으며, 한화쉬핑이 필리조선소에 발주한 석유제품선(10척)과 LNG선(2척)은 미국 연안용이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이례적으로 이 조치에 대해 중국이 민간기업을 압박하여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을 방해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외항 상선대 규모는 80여척(전체 1,788척)으로 중국의 5,500여척(전체 9,481척)에 비해 1.5% 수준이다. 선박 건조능력도 미국은 10만 톤으로 중국의 2,325만 톤에 견주어 0.4% 수준이며, 상선 건조능력은 0.05%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전 세계 120여개 항만터미널을 직·간접적으로 소유·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물류정보망의 독점적 통제권도 가지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0년 기준으로 세계물동량의 50% 이상이 중국교통운수부 산하 국가물류정보교환센터의 디지털 물류플랫폼인 로진크(LOGINK)를 통해 운송되었다고 밝혔다. 2007년 구축된 로진크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전략인 일대일로와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120여개의 주요 항만 정보가 통합되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90% 이상을 실시간으로 추적·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해양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해운과 조선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약칭 '조선 및 항만 인프라법(SHIPS Act)'을 발의하였다. 우방국들과의 조선·해운협력으로 10년 이내에 250척의 전략상선대를 구축하여 운송주권을 확보하고 조선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미국은 한국과 MASGA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필리조선소는 MASGA의 대표적인 협력모델로 언급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노르웨이 아카(Arker)로부터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한화의 핵심사업인 방위산업의 확장과 미국의 조선·해운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다. 미국은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조선소와 선사만이 연안선을 건조하고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사기업의 전략적 투자결정으로 설립된 현지법인을 제재하는 것은 압박의 수준을 넘는 위협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제재해야 할 대상은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 전 불공정 관행을 USTR에 신고한 미국 조선업체와 철강업체이다.

중국이 한국의 해외투자기업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의 안보행위에 대해 중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중국내 영업을 정지시켰고, 롯데는 결국 수조원의 피해를 본 후 중국에서 철수하였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충칭공장을 매각·청산하였다. 이 사례들은 한한령이나 서해 잠정조치수역(PMZ)내 구조물 설치 등과 같이 국제규범에 어긋난 중국의 제재나 침해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잘못된 행위가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화오션 미국법인에 제재는 MASGA로 인해 중국이 그동안 독보적으로 구축해 온 글로벌 공급망의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제재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가속화시키는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정부는 외교적 노력에 병행하여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중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맞춤형 대응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중국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 공급망의 다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과 변동성이 '뉴노멀'이 된 시기에 관세를 포함한 대립적인 상황들이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정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