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다시보는 그때 그사건
2013년 용인 모텔 살인사건…19세 심모 씨 무기징역
2013년 7월 8일, 경기도 용인 기흥의 한 모텔. 인체 해부에 심취한 심모(당시 19세) 씨는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머물고 있었다.
시작은 심 씨가 2살 어린 피해자에게 보낸 평범한 초대 문자 한통이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모텔에선 호러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장면이 펼쳐졌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오욕하고 16시간 훼손한 그는 죄책감 없이 SNS에 범행 소감문까지 남기고 스스로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인체 해부 집착하던 중퇴자…흉기 2자루로 범행
심 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커피숍에서 일하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잔혹한 영상과 인체 해부에 유난히 관심을 보여왔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내면에는 불안정하고 왜곡된 호기심이 있었다.
그날 오후 2시 40분경, 심 씨는 미용학원에 다니던 17세 소녀 A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놀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둘은 이전에 두세 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을 뿐,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 A씨는 약속대로 오후 3시 30분경 모텔로 향했다.
그 무렵 심 씨는 친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인근 안과에 들렀다. 친구가 진료를 받는 동안 그는 마트로 들어가 흉기 두자루를 샀다. 이후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모텔로 돌아왔다.
저녁 무렵, 친구가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가자 방 안에는 심 씨와 A씨 둘만 남았다. 심 씨는 흉기로 A씨를 위협하며 샤워를 시킨 뒤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친구가 갑자기 돌아오자 일단 범행을 멈췄다.
친구가 다시 모텔을 나가고 그틈에 A씨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자 휴대전화를 빼앗고 도망가려는 A씨를 넘어뜨려 살해했다. 심지어 심 씨는 이미 숨진 A씨의 시신에 성적 행위를 했다.
범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흉기로 시신 일부를 훼손해 변기에 버렸다. 변기가 막히자 관리인에게 '뚫어뻥'을 빌리고, 수시로 환기를 시키고 세정제를 넣은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시종일관 침착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16시간.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그는 모텔을 떠났다. 유골 등 남은 부분은 비닐과 천에 담아 자신의 거주지 인근 컨테이너로 옮겼다. 나중에 발견된 A씨 유골은 15kg가량만 남았다고 한다.

◇지인에 사진까지 보내고, SNS엔 범행 '소감문'
심지어 심 씨는 범행 과정을 담은 문자메시지나 시신 사진을 친구에게 전송했다. 친구는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인 줄 알고 "퍼온 사진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답장을 보냈다. 범행 이후에는 "죄책감이나 슬픔을 느끼지 못하였고 지옥에 가고 싶었다"는 일종의 소감문을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내용은 이랬다. "당신에게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 난 지옥에 가고 싶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쳐다보는 당신의 눈길에 눈 빛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고맙네요. 그 눈빛이 두렵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해줘서."
"내겐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
7월 10일 새벽 0시 30분, 그는 스스로 경찰서에 출석했다. 자수였다. 하지만 진술은 바뀌었다. 처음에는 강간미수와 사체 오욕을 자백했으나 이를 번복하더니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고, 이후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사체를 오욕한 적도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흉기 역시 극단선택을 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사형 탄원에도…최연소 무기수
심 씨는 평소 인체 해부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며, 관련 영상을 시청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전에는 "죽기 전에 그 분야(해부)에서 최고가 되어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법원은 "이 같은 행적은 피고인의 왜곡된 호기심과 충동적 성향을 보여준다"고 했다.
정신감정 결과에서도 심 씨는 상황 의존적이며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이전에도 술자리에서 이유 없는 폭력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으며, 한때 극단선택을 시도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당시 미용학원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학업을 이어가다 귀국해 미용을 배우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유족들은 "어린 피해자가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사체가 갈기갈기 찢겨졌다는 사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고, 크나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며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을 겪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사형 선고를 거듭 탄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전과가 없으며, 교화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최연소 무기수였다. 또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신상정보를 10년간 공개·고지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서 이렇게 적었다. "피고인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렸으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오랜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