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강원도 설악산 인근에서 손발이 테이프로 묶인 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투자 사기와 맞물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의 배경에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사기 조직이 있었고, 그 출발지는 캄보디아였다.
18일 SBS에 따르면, 지난 4월, 속초 설악산 인근 야산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손목과 발목은 테이프로 결박돼 있었고, 머리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수사 결과, 범인은 피해 여성의 지인이자 50대 남성 A씨였다. 피해자는 투자 권유를 하던 유령 회사 직원이었으나, 자신이 사기 조직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A씨에게 범행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투자 사기를 기획한 이는 정모 씨였다. 그는 '글로벌 골드필드(GGF)'라는 영국 본사 명의의 회사를 내세워 "송금과 봉사활동을 하면 가상화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실제 영국 본사도, 회장 '존 에드워드'란 인물도 모두 허구였다. 피해자는 2천여 명, 피해액은 2천억 원에 달한다.
정 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10층 규모 호텔을 임대해 무장 경비를 배치하고, 이를 사기 조직의 지휘 거점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지난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편, 60대 여성을 살해한 A씨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지난 9월 4일 A씨에게 촉탁살인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4일 자정쯤 경찰서를 찾아 "열흘 전 설악산 인근에서 60대 여성 B씨를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토대로 같은 날 새벽 6시 58분경 시신을 발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이 실패하자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도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양손과 다리를 테이프로 묶어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았고, 유족들 역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