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APEC➅] 성공적 개최의 열쇠는 '보안'…정상들의 공간은 '진공상태'

입력 2025-10-20 16: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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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이 머무는 경주보문단지, 보안과 경호 최고 수준으로 유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대테러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대테러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개최지인 경북 경주가 '진공상태'로 변하고 있다. 특히 주요 행사장 주변은 민간인 출입이 전면 제한된다.

각국 정부가 수개월 전부터 주한 대사관과 협력해 주회의장이 자리한 경주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숙박시설을 확보하면서 이 일대 보안과 경비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물 샐 틈 없는 경호·안전

대통령경호처가 중심이 된 경호·안전 분야를 총괄하는 경호안전통제단이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경호안전통제단은 지난 13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APEC 경호안전종합상황실' 개소식을 갖고 현장 대응에 나섰다.

경호안전종합상황실은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호안전통제단 소속 각 기관 인력이 함께 근무하며, 모든 경호·안전 활동의 지휘와 작전통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상황실은 관계기관 본부 및 행사장별 상황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휘통신체계를 구축하고, 경호구역과 치안 강화구역은 물론이고 대테러·재난 대응 등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협업 체계를 운영한다.

정상들이 머무는 보문단지 일대 경호는 근접, 중간, 외곽 등 '3선 경호'가 펼쳐진다. 정상들의 회의장과 숙소 이동 동선은 통제구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외부에 비밀로 붙여진다.

경찰은 바로 출동이 가능한 보문단지 모처에 거점을 마련했고, 드론을 통해 24시간 보안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적의 드론이 출몰할 것을 대비해 전파교란장치, 드론무력화 장치도 배치했고, 장갑차와 헬기 등으로 지상과 공중 테러에 대한 방어체계도 구축했다.

지난 3월 APEC 기획단을 정식 발족한 경북경찰청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차출한 기동순찰대, 경찰특공대, 형사기동대 등 병력이 보문단지 일대를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행사 기간 경호·경비, 교통관리, 기습 시위 방지 등에 투입되는 인원은 일일 최대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문단지 일대를 진공상태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보안과 경비가 강화되면서 한때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는 보문호수 물을 빼고 안전 검측 후 경비정을 배치한다는 허황된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PRS는 더욱 단단히 '경호'

20일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 등에 따르면 지원단은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이 이용하는 숙박시설 12개에 총 35개의 정상급 숙소(PRS)를 마련했다.

숙박시설은 호텔 7개, 연수원 3개, 리조트 2개이다. 시설별로 PRS가 가장 많은 곳은 7개, 적은 곳은 1개다. 또 가장 큰 PRS는 약 578㎡이며 작은 것은 약 198㎡로 알려졌다.

PRS로 쓰일 객실은 방탄유리와 도청 방지 장치 등으로 철통 보안을 갖췄다.

미국은 PRS를 중심으로 힐튼호텔 등 2개의 숙박시설을 통째로 사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수행원, 경호원, 주요 경제인 등 1천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은 PRS를 보유한 코오롱호텔 등 2개 숙박시설을 확보했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수행원, 경호원 등 400여명이 묵는다. 중국 측이 예약을 진행한 또다른 호텔의 경우 한때 결혼식 취소 요청을 했다가 기존 예약자들의 거센 반발을 산 뒤 요청을 철회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참가 인원이 많아 경주시내와 인근 도시에 숙소를 추가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외에 일본(130여명)과 동남아에서는 PRS가 있는 숙박시설에 다른 참가국가와 나눠 사용할 예정이다.

PRS가 있는 숙박시설에는 행사 기간 최고 수준의 보안·경비가 이뤄진다. 여기에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방어막으로 겹겹이 쌓인 인터넷 환경이 제공된다.

또 707특수임무단, 경찰특공대, UDT, 국군 대화생방 테러 특수임무대, 119구조대 등 11개 기관에서 나온 병력들이 첨단장비로 무장하며 일대의 테러에 대비한다. 경찰특공대는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주변을 상시 살피고, 오가는 인원에 대한 감시도 한층 강화한다.

드론대응팀은 대형트럭 내에 상황실을 마련했고, 이곳에서 회의장과 숙소 일대를 불법 침범하는 드론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가상의 적이 회의 전산망에 침투해 참가자 정보 대량 탈취, 가짜 뉴스 유포, 전력·교통망 공격 등 회의 운영을 방해하는 위협에 대비한 사이버 보안 협력 체계도 국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구축했다.

◆영부인들에 대한 경호도 만전

경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 관광지인 만큼 정상들과 함께 하고 있는 영부인들이 공식 일정 외에 주요 역사 유적 관광지 등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경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부인들의 세부일정은 주한 대사관별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동선과 경호 상황 비밀이다. 이동 시 의료진과 고급 의전용 승용차가 제공되는 등 정상들과 맞먹는 수준의 의전과 경호가 예상된다.

경주 APEC 추진단은 영부인이 관광지 방문 요청이 있을 경우 매뉴얼에 따라 보호조치를 하되 일반 관광객들의 불편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때 시민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 APEC 행사 관계자는 "APEC 행사장과 주요 이동구간은 철저한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민간인들이 각국 정상을 직접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대비해도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조치를 마련했다"고 했다.

포항시는 정상과 경제인들의 방문에 대비한 포항경주공항 검역·출입국·세관 시스템 리허설을 마무리짓고 실전태세에 돌입했다. 또 APEC 기간 영일만항에 크루즈 선박 2척을 띄워 외국 경제인 1천여명이 묵을 수 있도록 조성한 '플로팅 호텔'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테러 훈련을 진행하며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